"펼치면 10형 태블릿"…초슬림 3.9mm 구현
인폴딩 설계로 내구성 논란 정면 돌파
애플 합류 앞두고 폴더블 전쟁 본격화

삼성전자가 두 번 접는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트라이폴드(이하 트라이폴드)'를 공개했다. 2019년 갤럭시 폴드로 폴더블 시대를 연 이후 다시 한번 폼팩터 전환을 노리는 전략 제품이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트라이폴드는 삼성전자의 장인 정신이 담긴 제품"이라며 "기존 태블릿과도 차원이 다른 새로운 카테고리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3단 패널' 새로운 화면 경험
트라이폴드는 두 번 펼치면 10형 대화면이, 접으면 6.5형 바 타입 스마트폰이 된다. 완전히 펼친 두께는 3.9mm. 삼성 폴더블 시리즈 가운데 가장 얇다. 접었을 때도 12.9mm로 화면을 두 번 접는 구조임에도 덩치가 두드러지진 않는다.
세 개의 패널에는 각각 앱을 하나씩 띄울 수 있다. 멀티윈도우를 적용하면 스마트폰 세 대를 나란히 쓰는 듯한 구성도 가능하다. 갤러리·유튜브·포털 앱을 동시에 띄우면 화면이 좌우·하단까지 가득 찬다. 배치와 크기 조절은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조작된다. 사진을 길게 눌러 옆 창으로 끌어다 놓으면 그대로 복제되는 등 작업 흐름도 부드럽다.
'태블릿용 삼성 덱스'가 처음 탑재된 점도 특징이다. 외부 디스플레이와 마우스·키보드를 연결하면 휴대용 워크스테이션처럼 활용할 수 있다. AP는 폴드7과 동일한 스냅드래곤 8 엘리트이며 카메라는 2억 화소다.
120Hz OLED 대화면은 OTT·유튜브 영상과 게임 모두에서 끊김이 적다. 여기에 대화면 최적화 갤럭시 AI 기능과 제미나이 라이브가 더해져 "태블릿에서 하던 일을 접어서 들고 나온다"는 설명이 무리가 아니다.

삼성이 택한 '안쪽 접힘' 이유
삼성은 트라이폴드의 구조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메인 화면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양쪽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을 택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머 플렉스힌지'를 새로 설계했다. 힌지와 하우징에 티타늄을 적용, 바디에는 어드밴스드 아머 알루미늄을 써 내구성과 무게 사이 균형을 맞췄다.
양측 힌지는 좌우 대칭 듀얼 레일 구조다. 실제 여러 차례 접고 펼쳐 보면 기존 폴더블보다 접을 때 힘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펼칠 땐 스프링이 튀듯 한 번에 열리는 느낌이 강하다. 패널 무게도 고르게 분산돼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적다.
두 번 접는 구조 특성상 접는 순서가 헷갈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을 먼저 접어야 할지 순간적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기기가 진동으로 잘못 접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사용자를 안내한다.
품질 검증도 강화했다. 삼성은 본체와 디스플레이를 결합하기 전 CT 단층 촬영으로 내부 부품 이상 여부를 점검, 레이저 스캔으로 표면 균일도까지 확인한다.
강민석 삼성전자 MX사업부 스마트폰PP팀 부사장은 "20만 회 이상의 폴딩 테스트로 5년 사용 기준 내구성을 확보했다"며 "디스플레이와 힌지, 하우징이라는 세 축의 완성도가 핵심이며 어떤 폴더블보다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넉넉한 배터리, 무게는 숙제
배터리는 시리즈 중 가장 넉넉한 5600mAh다. 삼중 패널 구조에 맞춰 3셀 배터리를 나눠 배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45W 초고속 충전도 지원한다. 김성은 삼성전자 MX사업부 스마트폰 개발2팀 부사장은 "세 영역의 균등 배분과 효율 최적화가 핵심"이라며 "폴드7과 동등한 사용 시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무게는 명확한 타협 지점이다. 트라이폴드 무게는 309g으로, 폴드7(215g)·폴드6(239g)·갤럭시S25 울트라(218g) 등보다 무겁다. 접은 상태에선 한 손 사용이 가능하지만 10형 화면을 펼치는 순간 양손 사용이 사실상 기본 전제가 된다.
가격은 359만400원이다. 시장에서 거론된 예상치보다는 낮았다. 임 부사장은 "메모리 가격 급등과 생산비를 감안해 가능한 가장 낮은 소비자가로 책정했다"며 "대량 판매보다 원하는 고객에게 확실한 차이를 주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Z 트라이폴드는 16GB 메모리, 512GB 저장용량, 크래프티드 블랙 단일 색상으로 나온다. 국내 출시는 오는 12일이며 이후 중국·대만·싱가포르·UAE·미국 등으로 순차 확대된다. 9일부터는 전국 20개 매장에서 체험공간이 운영된다.
세력판도 흔드는 '폴더블 빅매치'

경쟁 구도로 보면 트라이폴드는 삼성의 '기술 쇼케이스'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핵심은 내구성이다. 화웨이 메이트 XT는 메인 화면이 바깥으로 노출되는 인·아웃폴딩(Z자형) 구조 탓에 출시 초기 파손 논란이 이어졌다. 반면 삼성은 메인 화면을 모두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택해 이러한 구조적 약점을 정면으로 비껴갔다.
폴더블은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2% 안팎이지만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이 2023년 277억9000만달러(40조7700억원)에서 2030년 740억2000만달러(108조59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폴드' 출시가 다가오며 경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은 주름 없는(no-crease) 디스플레이 구현에 성공해 전용 생산라인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 가격은 2399달러(약 350만원) 수준이다. 업계는 애플의 진입이 폴더블 수요축을 아시아에서 북미로 넓히는 결정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본다.
임 부사장은 "트라이폴드는 차세대 경험을 먼저 제시하는 스페셜 에디션"이라며 "폴더블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써보면 다른 회사 제품과의 차이를 극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