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빙하기 투자 주의보
요즘 블록체인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빙하기'입니다. 가상자산·대체불가토큰(NFT) 가격이 폭락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나온 말이죠. "금리의 역습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침체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메타버스, 웹3.0, 블록체인, NFT 관련 스타트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관련 투자가 급증했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렇다 할 수익모델(BM)이 없는 일부 블록체인 회사들은 추가 투자가 없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서비스가 없고, 수익모델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웹3.0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NFT 시장 '먹튀'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사기 범죄도 급격히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폭락한 NFT시장... 거래액 급감
지난해 세계 NFT 시장 규모는 무려 400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10억달러였던 것이 1년 만에 40배로 커진 것이었죠. NFT 거래 액수가 지난해 세계 미술품 거래 시장 규모(501억달러)에 육박한 것입니다. 1년도 안 돼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분석 데이터업체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NFT 거래 규모는 지난 9월 기준 4억6600만달러(약 6572억원)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NFT 거래 규모는 올해 1월 역대 최고치인 170억달러(약 23조9768억원)에 달했었는데요. 시장 규모가 최대치 대비 97%나 쪼그라든 것입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게 금리를 올리며 통화 긴축에 나서자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었고, 위험 자산인 NFT 거래의 리스크도 부각되며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NFT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는 NFT 거래 플랫폼 오픈시(Opensea)의 거래량은 75% 감소(지난 7월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픈시는 지난 4월 이후 9월까지 다섯 달 연속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픈시는 지난 7월 전 직원의 20%를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매출 급감하고... NFT에 대한 부정적 시선 커져
NFT 토큰 매출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분석 업체 댑레이더(DappRadar)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NFT 매출은 34억달러 규모로 2분기 대비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NFT 시장 매출은 각각 125억달러와 84억달러에 달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NFT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컬렉션 하한선은 4월까지만 해도 40만달러를 유지하던 가격이 현재는 8만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290만달러에 팔렸던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세계 첫 트윗 NFT 가치는 1년 만에 1만달러대로 폭락했습니다. 가상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NFT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NFT 시장을 바라보는 기관의 시선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7월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FATF 감독 기준' 보고서에서 NFT가 자금세탁과 사기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FATF는 "NFT가 자금세탁과 워시트레이딩 등 불법 금융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 비금융기관들도 NFT 시장에 뛰어들면서 NFT로 인한 금융 위험이 전방위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죠. 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가령 오픈시의 한 제품 관리자는 특정 NFT가 게재되기 전에 해당 NFT를 사들였다가 되팔아 2~5배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죠.
고개 드는 NFT '러그풀' 논란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NFT '먹튀' 사례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실제 가상화폐와 관련한 사기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화폐 사기 범죄 피해액은 77억달러(약 9조2362억원)로 전년 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20년 전체 가상자산 스캠(사기) 피해액의 1%에 불과했던 러그풀은 지난해 전체 스캠 피해 규모에서 37%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대대적인 NFT 러그풀 단속에 나섰죠. 국내에서도 NFT 프로젝트 운영자들이 잠적해 러그풀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피해자 9명에게서 2억1000만원 상당을 갈취한 A씨(26)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A씨는 고양이 캐릭터 NFT 1만개를 유명 NFT 거래소 오픈시에 등록한 후 피해자들에게 이를 구입하면 가상자산을 매일 지급하겠다고 속인 혐의를 받습니다. 국내에서 러그풀 범죄자가 검거된 첫 사례였습니다. 이 밖에 솔라나를 기반으로 하는 NFT 프로젝트가 관련 트위터와 홈페이지를 모두 닫고 사라지는 일도 있었죠. 국산 밈 코인으로 홍보한 떡볶이코인(TBK)도 운영진이 잠적한 바 있습니다.
러그풀이란 가상화폐 생태계에서 개발자가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사기 수법을 말합니다. 양탄자(Rug)를 잡아당기면(Pull)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넘어진다는 비유적 표현에서 유래됐죠.
NFT 러그풀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책임 소재와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어려워 수사와 처벌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여러 건의 프로젝트가 러그풀 논란으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NFT 내재 가치 살펴보고 투자해야
NFT는 어떤 가치를 지닐까요. 이를 위해선 우선 웹3.0 개념부터 알 필요가 있습니다. 웹3.0은 모든 사람이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장부(블록체인)를 통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소유권을 개인들에게 돌려준다는 개념입니다. '탈중앙화'는 중앙 통제기관 없이도 개인 간 금융거래나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한다는 웹3.0의 핵심 가치입니다. NFT와 메타버스는 각각 웹3.0의 수단(디지털 자산)과 활용 공간(인프라)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탈중앙화자율조직(DAO),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 게임파이(Gamefi) 등은 일종의 웹3.0 서비스(앱)지요. 가상화폐는 웹3.0에서 인센티브(화폐) 역할을 합니다. 특히 웹3.0 시대에 NFT는 개인이 자신의 콘텐츠를 직접 '소유'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웹3.0의 실제 구현 서비스나 사례가 없다는 것은 뚜렷한 한계로 지적됩니다. 웹2.0에서의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킬러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죠. 실체가 있는 기업이 주체가 되는 웹2.0과 달리 웹3.0은 분산화한 프로젝트로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주체가 모호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크립토 빙하기'에도 NFT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유통·패션 기업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가 NFT 사업 진출을 구체화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운영하는 멤버십 회원권을 NFT로 부여하는 식입니다.
당분간 가상자산·NFT 시장의 침체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무지성' 투자에 주의하고, 기술과 프로젝트가 담은 내재 가치를 공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출처 : 황민순 기자의 더테크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