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 시대 여는 서울시
내년 가을 서울 여의도와 전남 여수를 잇는 뱃길이 열린다.
서울시는 7일 전남도, 여수시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이 같은 내용의 여객선 시범 운항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9~11월 ‘2026 여수 세계 섬 박람회’ 기간에 여의도와 여수를 오가는 여객선을 띄우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2022년 서해 뱃길을 활성화해 서울을 영국 런던, 미국 뉴욕 같은 항구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오는 5월 여의도에 개장하는 여객선 터미널이 출발 지점이다. 여객선 터미널은 1000t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든다.
여객선은 한강과 경인아라뱃길(약 18㎞)을 거쳐 서해로 나간 뒤 여수까지 운항한다. 여수까지 거리는 약 700㎞로 26~30시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객선을 타고 가면서 서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북 군산 등에 잠깐 들러 1박을 하는 관광 상품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여수까지 가는 뱃길에는 승객 300~400명을 태울 수 있는 1000t급 여객선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올 상반기 한강에서 운항할 수상 대중교통 수단인 ‘한강버스’보다 크다. 한강버스는 169t급으로 199명이 탈 수 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운항 노선을 확대한다. 내년 여름에는 인천 팔미도나 덕적도 등 가까운 서해 섬부터 여객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30년 여의도에 국제여객터미널인 ‘서울항’을 개항할 계획이다. 서울항은 5000t급 중소형 크루즈(호화 여객선)를 댈 수 있는 규모로 만든다. 세관과 마이스(전시·컨벤션) 시설 등도 설치한다.
서울항이 생기면 여수, 통영 등으로 정기 노선을 만들 계획이다. 2035년에는 5000t급 크루즈를 투입해 일본 오사카·후쿠오카, 중국 칭다오 등을 오가는 국제 노선도 신설한다는 구상이다. 5000t급이면 객실 150여 개와 식당 등을 갖추고 승객 5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칭다오까지는 20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객선이 운항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인아라뱃길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뱃길이 거의 끊겼다. 현재는 민간 업체가 경인아라뱃길 김포터미널과 한강을 오가는 1000t급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
임현택 한국스마트해양학회장(국민대 교수)은 “서울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섬 여행을 다니면 지방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강에 5000t급 크루즈를 띄우려면 주기적으로 모래를 퍼내는 준설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강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