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현재 대중에게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체감하게 해주는 일등 공신은 아마도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아닐까. 블록체인을 대표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이나 스마트 콘트랙트를 기반으로 개발된 다양한 서비스는 크립토(가상 자산) 세상 속 그들만의 리그에서 회자되고 아직은 대중이 실생활에서 만나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021년 이후 NFT는 유명인이 만들고 보유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제품과 연계된 온갖 종류의 NFT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21년 12월 영화배우 강동원은 자신의 목공 영상을 NFT로 제작했고, 2022년 2월 세계적인 뮤지션 스눕독은 새 앨범 ‘B.O.D.R(Bac On Death Row)’를 NFT로 출시했다. 예술, 공연에 관심 있는 대중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실생활에서 NFT를 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서울에 사는 누군가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NFT 골드바를 구매해 기부하고 있다. BHC치킨을 구매하는 데 쿠폰 대신 NFT를 쓰고, GS25 편의점에 가면 NFT를 제시하고 삼각김밥을 가져갈 수도 있다. NFT는 현재 대중이 인터넷을 넘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캐릭터NFT

최초의 NFT로 꼽히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가 탄생한 2017년만 해도 NFT는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의 인기에 밀려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후 NFT 표준 기술을 갖춰 등장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도 대중에게는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2021년 크립토펑크가 뒤늦게 인기를 끌며 크립토 세계에서 NFT는 보유자들을 소위 ‘인싸’로 만들어주는 주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유가랩스(Yuga Labs)의 ‘지루한 원숭이’라는 캐릭터를 NFT화한 ‘BAYC(Bored Ape Yacht Club)’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비로소 NFT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출시된 한국산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metakongz.com) 역시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에서도 NFT는 그 어느 블록체인 기술보다도 가상 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장의 관심 덕에 2021년 하반기부터 트위터, 메타에 이어 유튜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NFT 서비스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고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같은 가상 자산 거래소들이 NFT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들도 자사 제품과 연계한 NFT를 시장에 무분별하게 쏟아내 대중들은 NFT에 양극화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NFT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 없이 FOMO(Fear of Missing Out)로 ‘묻지 마’ 투자에 뛰어드는 이들이 있는 반면 애초에 NFT를 내재 가치가 없는 거품으로만 보는 이들도 있다. BAYC처럼 2000% 이상 가치 급등을 거듭하는 NFT가 있는가 하면 잭 도시의 최초 트윗 메시지처럼 폭락한 NFT도 있어 NFT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불안감은 사람들마다 차이가 크다.

 

이렇게 격변하고 있는 NFT의 가치와 역할은 어떻게 발전해 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이 글에서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NFT’가 4단계에 걸쳐 진화해온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성공을 거둔 NFT 대부분이 캐릭터 NFT이다. 특히 원숭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NFT 프로젝트들이 마케팅 관점에서 흥미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에 이들의 진화 방식을 살펴보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신선한 마케팅 수단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NFT 시장을 주도하는 캐릭터 NFT

대중들은 유명 미술 작품의 경매 기사를 통해 NFT를 접했기에 NFT는 예술 작품을 위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다. 실제로 예술가들은 NFT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예술 작품을 NFT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최초의 NFT였던 크립토펑크는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한 NFT로 보기 어렵다. 2017년 6월, 라바랩스(Larva Labs)가 출시한 크립토펑크는 남자, 여자, 좀비, 유인원, 외계인 5개 캐릭터로 구성됐다. 의상,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 여러 속성(Attribute)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남자 6039개, 여자 3840개, 좀비 88개, 유인원 24개, 외계인 9개 등 총 1만 개의 이미지를 8비트 디지털 캐릭터로 제작해 NFT로 발행했다. 현재 한 캐릭터당 몇억 또는 몇십억 원에 달한다.

 

이 캐릭터들은 창작자가 주체가 돼 본인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많은 노력을 투입해 만든 것이 아니다. 눈, 코, 입 등을 캐릭터의 속성으로 지정하고 각 속성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다변화한 뒤 단순 조합해 만들었기에 대중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예술 작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초의 NFT 표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크립토키티나 현존하는 NFT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BACY 등 크립토펑크 이후에 나온 주요 NFT 역시 동일한 이유로 ‘창작’보다는 ‘제작’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네덜란드의 튤립이 될 것인가, 메타버스의 꽃이 될 것인가?

최근 내재적 가치가 없는 캐릭터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과열된 묻지 마 투자에 대한 반발로 NFT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서 측정한 NFT 인덱스는 2021년 11월25일 약 500만 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4월까지 60% 이상 급락했다. 기술의 발달과 확산이 이뤄지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 동안 무분별한 투자가 쏠렸고 기업들 역시 NFT 프로젝트를 남발해 NFT가 신뢰를 잃고 시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캐릭터NFT탄생과 진화 과정

NFT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현재 NF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캐릭터 NFT 커뮤니티의 행보를 통해 캐릭터 NFT가 어떤 방향으로 새롭게 진화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숭이 캐릭터를 처음으로 탄생시킨 유가랩스는 게임사 애니모카브랜드(Animoca Brands)와 협업을 통해 BAYC NFT를 활용하는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Otherside)’를 개발하고 있다. 이 메타버스에서는 원숭이 캐릭터가 주인공이며 이 밖에도 다양한 캐릭터 NFT를 하나의 세계관에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유저들은 메타버스에서 NFT 스토어를 구축하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NFT를 사용해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이를 위해 BAYC 커뮤니티는 DAO로 변신을 꾀했고, 메타버스에서 통용될 가상 화폐 ‘에이프코인(APE Coin)’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캐릭터 NFT가 활동하는 메타버스의 부동산을 판매하기 시작하는 ‘아더디드(Otherdeed)’ NFT를 선보였다. 이처럼 NFT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다각화한 덕에 유가랩스의 매출은 지난해 1억2500만 달러에서 2022년 4억5500만 달러까지 뛸 것으로 예측 된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메타버스가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요소이며 해당 메타버스의 본질, 즉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캐릭터 NFT는 가면을 쓰면서도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구다. 만약 원숭이 NFT가 메타버스 속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다른 캐릭터 NFT도 급속하게 메타버스 생태계로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적인 메타버스를 구축하거나 기존 메타버스로의 진출을 도모할 것이다. BAYC를 추종하며 만들어진 메타콩즈 역시 ‘디네이션즈(DeNations)’라는 메타버스에 진출할 예정이다.

 

과연 NFT는 캐즘(chasm)을 극복하지 못하고 17세기 네덜란드 튤립처럼 거품 붕괴 이후 시장에서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구조 조정의 시기를 겪고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 결국 가상 시장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인가? 그 열쇠는 메타버스가 쥐고 있다. 만약 대중이 메타버스를 받아들인다면 캐릭터 NFT 역시 다시 한번 큰 도약을 하며 ‘메타버스 속에서 개인이 완전히 소유하는 아바타’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만약 메타버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캐릭터 NFT만이 아니라 다른 NFT들 역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 : 정재학 서강대 경영대 교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