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트럼프 관세'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월가의 관심이 신흥국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올해 들어 16일까지 1.30% 상승에 그친 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9.0% 올랐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증시가 급등하고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던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 확산 초반이던 2020년 3월 말 이후 상승률을 보면 S&P500이 130%인 반면 MSCI 신흥국 지수는 38% 정도였다.
또 이달 9일까지 일주일간 신흥시장 전반과 특정 국가들에 투자하는 미국 주가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18억4천만 달러(약 2조5천억원)로, 전주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 속에 미국 자산 예외주의가 흔들리면서 지난달 미 주식·국채·달러가 동반 약세를 보인 바 있다.
이후 미중 간 90일 관세 '휴전'으로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됐지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6일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단계 낮추면서 '셀 아메리카'가 다시 촉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일본 엔화나 유로화 등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위험 선호 자금들은 신흥시장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 AQR 자산운용,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프랭클린템플턴 등 월가 금융기관들도 신흥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의 크리스티 탄 전략가는 한국을 비롯해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론하면서 "주요 신흥국 시장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탄탄하다. 대외부채 수준이 낮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유리하다"고 봤다.
모건스탠리의 지타니아 칸다리는 "드디어 (신흥국 증시 랠리를 위한) 촉매제가 생겼다"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달러 약세가 신흥국 주식 수익률의 3분의 1가량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BofA의 마이클 하트넷은 신흥시장에서 그 다음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고, AQR은 향후 5∼10년간 신흥시장에서 현지 통화로 투자시 수익률이 6%에 근접해 달러화로 미국 증시에 통화했을 경우(+4%)보다 높을 것으로 봤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도 시장 흐름 변화, 정치적 격변, 지역적 위기 발생 등으로 투자자들이 올해 신흥시장 수익률을 반납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또 선진국과 비교해 신흥국 증시에서는 기업들의 주식 발행량이 과도하거나 거래 수수료가 높은 점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