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증권사 중 밸류업 가장 적극적인 미래에셋증권 
2030년까지 매년 1500만주 이상, 총 1억주 소각
다만 1억1000만주 합병자사주 소각계획 없어
합병 자사주 처분시 유통물량→주주가치 희석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향해가면서 실적과 주주환원 여력을 모두 갖춘 금융주, 그중에서도 증권주 주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초 자기자본 12조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돌파한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도 예외는 아니다. 불과 몇 달전 만해도 8000원대에 머물며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주가는 현재 2만원 대를 기록 중이다.

 

증권주라는 '특수'도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정책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배당, 자기주식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우상향 흐름을 뒷받침한 것이다. 정책, 주가 모두 선두주자다운 모습이다.

 

특히 시장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대량의 자사주 소각 정책에 주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랫동안 총 발행주식수의 25%(1억4600만주, 밸류업 공시 직전인 2024년 6월말 기준)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만 하고 있었는데 밸류업 정책을 통해 전향적인 소각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오는 2030년까지 총 발행주식의 1억주 이상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1억주 이상을 소각하더라도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보유수량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미래에셋은 새롭게 주식을 매수해 해당 주식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지 과거부터 보유중인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히진 않았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1억주 이상 소각...합병 자사주는 제외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밸류업 공시 중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이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소각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자사주 소각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발행주식총수와 유통주식수를 관리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30년까지 실천할 장기 주주환원 정책 내용을 공개하면서 매년 보통주 1500만주 이상, 2030년까지 총 발행주식수의 1억주 이상(우선주 포함)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자사주 수량은 1억3100만주(작년말 자사주에서 올해 소각 물량 제외) 수준이다. 회사가 공개한 소각 계획대로라면 2030년 이후에는 1억주가 넘는 자사주를 소각처리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한층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아무리 자사주 소각을 하더라도 자사주 보유 수량은 현재 규모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어디까지나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1억주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이지 지난 2016년 대우증권과의 합병 당시 확보한 자사주(1억1000만주)를 소각 대상으로 언급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즉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에서 남겨둬야 할 일정 수준의 액수를 제외하고 남은 배당가능이익으로 유통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겠다는 것이다. 1억1000만주에 달하는 합병 자사주는 미래에셋증권이 밸류업 공시에서 발표한 소각 대상이 아니다. 

 

물론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을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한다는 점에서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보통주만으로 1억주를 소각한다면, 보통주식총수는 밸류업 공시 6억주에서 5억주로 16.8% 크게 줄어든다. 우선주 포함 1억주를 소각하더라도 13.3% 발행주식총수 감소 효과가 있다.

미래에셋증권 밸류업 정책 중 주주환원 주요내용
미래에셋증권 밸류업 정책 중 주주환원 주요내용

 

합병 자사주 1억1000만주…왜 있을까?

 

다만 여전히 합병 자사주 1억1000만주는 남아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이 합병 자사주를 소각 대상으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려면 합병 자사주가 탄생한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합병 자사주란 말 그대로 기업이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 자사주를 의미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6년 미래에셋대우(대우증권에서 사명 변경)와 합병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소멸회사로, 미래에셋대우(2021년 지금의 미래에셋증권으로 재차 사명 변경)가 존속회사로 남으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증권사로 탈바꿈했다.

 

합병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은 1억4000만주의 미래에셋대우 주식을 보유한 주주였다. 해당 지분은 본래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대우증권 지분이 산업은행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후 2015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미래에셋증권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 지분 인수 후 합병을 추진하면서 소멸회사 미래에셋증권이 존속회사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해당 지분은 고스란히 존속법인 미래에셋대우의 자사주가 됐다. 아울러 합병 전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했던 자사주 57만여주도 미래에셋대우와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로 바뀌었다. 

 

상법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하는 것만 허용한다. 아울러 상법 제341조의2는 특정 목적의 자사주 취득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데 △합병 △영업양수 △단주 처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한 경우 등이 그 예외적 사유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미래에셋대우와의 합병이라는 예외적 사유로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다.

 

합병 자사주 소각은 감자...주총 열어야

 

그렇다면 미래에셋증권은 왜 수년째 확보중인 합병 자사주를 놔두고 번거롭게 배당가능이익으로 시장에서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겠다고 했을까. 우선 절차상 1억1000만주의 합병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배당가능이익을 감소시킴으로써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고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소각 결정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자사주 소각 공시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건으로 자본금의 감소는 없다'는 문구를 넣는다. 

 

하지만 합병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배당가능이익이 아닌 자본금 감소가 일어난다. 즉 감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반드시 주주총회를 열어 특별결의(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초 삼성물산도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하며 얻은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본금 감소 안건을 3월 정기주총에 올린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1억1000만주의 합병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주총을 열어 감자를 해야 한다.  

 

합병 자사주, 매각이냐 소각이냐

 

합병 자사주를 소각(감자)하지 않으면 계속 보유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하는 방법밖엔 없다.

 

만약 자사주를 처분하면 회계처리상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자사주는 산 금액만큼 자본차감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보유한 자사주를 팔 경우 차감항목이 없어지고 자본이 복구, 즉 늘어난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7년 네이버와 자사주 상호매입을 체결하면서 합병 자사주 4800만주를 네이버에 넘겼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이 경영권 방어 및 자본 확충을 위해 합병 자사주를 이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네이버와의 자사주 맞교환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을 7조원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12조원으로 충분한 만큼 회사가 자본금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1억1000만주에 달하는 합병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합병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처분한다면 주주가치 희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합병 자사주를 이용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지난 2021년 한국ESG기준원(과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 시 자기주식의 발생과 처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합병 자사주를 취득한 19개 사를 분석한 결과 7개사만이 주주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소각 등)으로 자사주를 처분했고 나머지 12개사는 외부에 자사주를 그대로 처분해 주주권 희석을 야기했다"며 "자사주를 지배주주 지배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고 꼬집은 바 있다. 

 

아직도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 지분(8.31%)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두 회사 간의 전략적 관계가 깨진다면 언제든 유통가능물량으로 시장에 나와 주주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다. 아울러 미래에셋증권이 현재 가지고 있는 1억1000만주의 합병 자사주도 제3자에게 처분한다면 마찬가지로 유통가능물량이 될 수 있다. 

 

이에 시장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자사주 처리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일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합병 자사주 소각 가능 여부가 관건"이라며 "미래에셋증권은 대형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가치제고를 이행했기 때문에 향후 추가 소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합병 자사주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 밝혔다.

원문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