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주고받기' 구상
여한구 "지금부터 본게임"
'한미 제조 르네상스' 강조
반도체·AI·민간투자 분야
협상 주요 지렛대로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실제 집행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본격적인 '패키지 딜' 구성에 돌입했다. 농산물 수입 완화를 비롯한 비관세 장벽 개선, 민간투자 유인 등 다층적인 협상 카드를 준비 중이다.
■트럼프 "韓 협상 타결 원해"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좋은 합의를 얻지 못하면 8월 1일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대화는 계속되고 있지만, 합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관세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유럽연합(EU)은 그들의 나라를 개방하고 싶어 한다. 모두 자기 방식을 매우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한국은 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면서 "알다시피 한국은 상당한 관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실리 확보를 위한 전략적 '주고받기' 구상에 착수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8월 1일까지) 남은 시간은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이제는 '랜딩존(합의 지점)'을 찾기 위한 주고받는 협상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농산물·AI·민간투자까지 다각적 카드 검토
현재 정부는 미국 측에 25%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매우 불합리한 조치이며, 향후 한미 관계를 위해 철폐 또는 인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제조업 부흥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 양국 간 제조업 협력을 강화하는 '제조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제안한 상태다.
여 본부장은 "지금부터 본게임이 시작됐다"며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과의 무역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을 가로막는 규제나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산물과 디지털 분야 등 미국 측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비관세 장벽에 대해서도 "분명히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되, 소비자 후생과 제도개선 측면에서 유연하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며 일부 양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AI), 민간투자 분야에서 양국이 함께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여 본부장은 "AI는 미국이 독보적이고, 한국도 새 정부 들어 AI를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간투자를 협상의 주요 지렛대로 삼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는 "우리 기업들도 그간 미국의 정치·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왔고, 정부도 이에 맞는 규제완화와 제도적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내에서 거론되는 반도체 관련 품목별 관세 신설 가능성과 관련해선 "향후 부과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가스전과 관련해선 한국 측이 사업타당성 검토를 위한 상업성 자료를 요청했고, 미국 측에서 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패키지 협상 항목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