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 21일 1차 신청
서울, 소비쿠폰 재원 5800억 '발등의 불'
서울시만 재원분담비율 25%
다른 시·도보다 15%P 높아
"지방채 수천억 발행할 수도"
자치구도 분담금 마련 비상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이 오는 21일로 다가왔지만 정작 이를 집행해야 할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마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재원 분담 비율을 다른 시·도(10%)와 달리 서울시는 25%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요한 약 5800억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한 서울시는 다급하게 다음달 수천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빚 안 낼 도리가 없다” 서울시 비상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15일 “올해 첫 서울시 추가경정예산(1조5974억원 규모)이 시의회에서 통과된 게 고작 지난달 27일인데 한 달도 안 돼 또 5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라니 빚을 안 낼 도리가 없다”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방채 발행 규모만 수천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위한 지방채 발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방채를 발행하려면 공용·공공시설 설치, 재해 예방 및 복구 등으로 사업 목적이 제한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 측은 급격한 경기 침체 등으로 긴급한 재정 수요가 필요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서 이달 초 통과된 정부 추경안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은 총사업비 13조9000억원 규모로 이 중 90%는 국비로, 10%는 지방비로 충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재정 여건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전체 사업비의 25%를 지방비로 부담하게 됐다.
서울시는 행정안전부가 확정한 1차 지급분 예산 1조4900억원을 기준으로, 2차 지급분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비를 2조3177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방비 부담액은 5794억원으로 이 중 서울시가 3476억원, 25개 자치구가 2318억원을 분담할 예정이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시의 재정 여건을 감안해 지난 11일 분담 비율을 6 대 4로 확정했다.
◇“강북 주민도 강남 가서 쓸 텐데…”
각 자치구는 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양천구, 강동구 등 각 자치구는 예비비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의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존 사업을 보류하는 곳도 적지 않다. 중구는 남산자락 고지대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을 후순위로 미루기로 했다. 이미 예비비가 0원인 노원구는 서울시에 시비로 전액 지원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각 자치구는 민생쿠폰이 지역 내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별·광역시는 자치구가 아닌 해당 시 전역에서 소비쿠폰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자치구가 부담하는 금액도 상당한데 정작 소비는 강남이나 명동, 홍대 등 번화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