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샘 올트먼 또 깜짝만남
AI패권전쟁 속 GPU 확보전 치열
오픈AI, 데이터센터 직접 짓기로
SK하이닉스 HBM으로 존재감
자체 칩 개발도 협력 가능성 커
“올해 연말 100만개의 GPU가 가동된다. 우리 팀이 자랑스럽지만 그들은 이를 100배로 늘릴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남긴 글이 화제다. 오픈AI가 전 세계에서 AI를 위해 GPU(AI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뛰어난 성능의 그록4를 공개한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회사 xAI가 20만개의 GPU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픈AI는 다섯 배에 달하는 GPU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 상의 GPU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클라우드 회사 오라클과 손잡고 자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구글의 AI가속기인 TPU도 사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오픈AI의 챗GPT가 주간사용자가 5억명에 달하는 슈퍼 AI 앱이기 때문이다. 100만개의 GPU를 100배 늘린다는 것은 샘 올트먼의 과장 섞인 발언이지만, AI 반도체 시장의 가장 큰손 중 하나인 오픈AI만이 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CEO와 함께 샘 올트먼을 만난 것도 이런 AI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오픈AI와 협력을 강화해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SK그룹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가진 기술 리더십을 강조하고, 오픈AI가 구축하는 AI인프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AI데이터센터에 들어갈 GPU나 HBM 등의 스펙을 정하는 것은 (오픈AI와 같은) 고객사인 경우도 있고, 납품업체인 경우도 있다”면서 “고객이 요구하면 대체로 이에 맞춰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미국, 일본,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대규모 AI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울산에 AWS와 손잡고 AI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SK그룹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에는 오픈AI가 지나치게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투자를 약속했던 소프트뱅크가 투자규모를 축소했다는 소문과 함께 오픈AI의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맞춤형 AI반도체(ASIC)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와 오픈AI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 오픈AI가 자체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HBM이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반도체를 만드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에 대한 매출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SK하이닉스는 고객 다변화가 필요하다.
오픈AI가 GPU 투자를 늘리는 것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HBM 업체들에 큰 호재다. GPU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HBM 수요도 비례해서 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GPU가 아니더라도 현재 AI 데이터센터 구조에서 HBM은 반드시 필요하다.
HBM 시장에서 기술적 리더십이 부각되면서 SK하이닉스 실적도 호조세다. 증권가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0조9109억원, 영업이익 9조1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5%, 65.0% 오른 사상 최대 실적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그룹은 오픈AI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 8월 SK텔레콤은 챗GPT와 AI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2월에는 오픈AI, 코카콜라, 인도 타타그룹 등이 MIT와 발족한 ‘MIT GenAI 임팩트 컨소시엄’에도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개최한 SK AI서밋에는 오픈AI 2인자인 ‘그렉 브로크만’ 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