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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들어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LLM)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지난달 말 LG가 ‘엑사원 2.0′을 공개한 데 이어 엔씨소프트도 지난 16일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LLM ‘바르코’를 공개했다. 오는 24일에는 네이버가 차세대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카카오 역시 개발 중인 LLM ‘코(ko)GPT 2.0′을 연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LLM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ONE2.0, VARCO, SOCAR

유.무료 가른 건 사업 모델. 고객층 차이

업계는 국내 양대 플랫폼이자 경쟁사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LLM 비즈니스 모델 방향은 크게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뒤 일정 기간 시험 서비스를 거쳐 유료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반면 카카오는 가볍게 만든 LLM 모델을 기존 서비스에 붙이는 방식으로 무료 서비스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방식이 유료와 무료로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LLM을 활용한 핵심 사업 모델이 다른 데 있다. 네이버는 ‘한국형 챗GPT’를 표방하며 챗봇(클로바X)과 검색 서비스(큐:)를 내세운다. 두 서비스 모두 일반 이용자가 LLM을 직접 사용하는 방식인 만큼 사용량에 따라 전기료와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인프라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챗봇에 배너 광고를 붙이지 않기 때문에 오픈AI의 챗GPT처럼 유료 전환을 하지 않으면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반대로 개발 중인 LLM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성능(파라미터)과 용량을 낮춘 중·소형 LLM 모델로 쪼개 카카오톡 같은 기존 서비스에 녹이려 한다.

 

두 기업의 고객층이 모두 같지 않다는 점 역시 이런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사업 중심인데, AI 도입을 위해 기존 서비스를 유료화하긴 어렵다”고 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B2B(기업 간) 영역에서 이미 LLM을 유료 서비스 중이다. 네이버의 LLM을 활용한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는 지난 6월 기준 700여 기업이 유료로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에 공개되는 하이퍼클로바X로 이런 B2B 사업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본격화된 AI 춘추전국시대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 외에도 여러 분야 기업들이 자체 개발 LLM을 쏟아내고 있다. LG가 공개한 엑사원 2.0은 파라미터(매개변수) 수가 3000억개에 달한다. 네이버가 이전에 공개한 하이퍼클로바(2040억개)보다 크다. 하이퍼클로바 시리즈가 국내 LLM 중 가장 많은 한글 데이터를 학습시켰다면 엑사원 2.0은 4500만건에 달하는 논문과 특허 같은 전문 자료를 학습시킨 전문가용 모델이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바르코는 게임 시나리오와 이미지, 가상 인간 등 게임 개발에 특화된 중소형 LLM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 기업 쏘카 역시 자체 LLM을 개발 중이다. 차량 이동 경로와 예약 및 배차, 사고 차량 이미지 등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집중 학습시켜 모빌리티 사업에 특화된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쏘카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빅테크나 오픈소스 AI를 활용하지 않고 자체 LLM을 개발하는 배경에는 기술 종속성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있다. 지난 5월 국내 텍스트 생성 AI 스타트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주관한 콘퍼런스에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 AI 기술총괄은 “글로벌 기업이 사다리를 걷어차면 한국은 순식간에 AI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나 바드를 내놓은 구글이 지금은 무료거나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이 독과점될 경우 가격을 올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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