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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산업의 전통적인 강자였지만 한동안 소외됐던 일본이 최근 정부 주도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가장 먼저 가상자산를 받아들인 국가들 중 하나였지만 2014년 마운트곡스 사태와 2018년 코인체크 등 당시 일본에 거처를 두고 있던 최대 규모 거래소들의 연이은 해킹 사태로 인해 그 지위를 잃고 가상자산 산업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은 거래소 해킹 사태 이후 가상자산 산업의 기틀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규제 확립, 토큰 증권 시장의 발전, 웹3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 그리고 일본 내의 인식 변화 등 다방면에서 가상자산 산업의 강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일본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탄탄한 제도적 기반을 꼽을 수 있다. 일찍이 일련의 대규모 해킹 사태를 겪은 이후 일본은 가상자산 투자를 원천 금지하기보다 안전하게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을 마련하는 방안을 선택했고 그 결과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금융청(FSA)의 주도로 총 3차례에 걸친 개정이 이뤄졌다.

 

해당 세 차례의 개정을 통해 일본은 가상자산 종류 분류, 가상자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규제, 토큰 증권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을 정비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26일 기업이 발행하고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토큰에 대해서는 해당 연말 과세에서 제외하는 개정이 시행돼 일본 기업들의 자본 해외 유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됐다.

 

일본만의 제도적 특징으로 다양한 자율 규제 기관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거래소 운영과 가상자산 상장을 관리하는 JVCEA(Japan Virtual and Crypto assets Exchange Association), 토큰 증권 시장 제도 정비와 사업자 관리를 담당하는 JSTOA(Japan Security Token Offering Association), 토큰 증권 생태계 연구와 관련 세미나 개최를 담당하는 JSTA(Japan Security Token Association) 등이다.특히 JVCEA는 한국의 5대 주요 거래소가 함께 설립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와 비교할 수 있다. DAXA가 2022년 6월 설립된 것에 비해 4년 앞선 2018년 4월 설립된 만큼 오랜 기간 동안 일본 가상자산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의 빠른 발전을 위해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상장 과정을 그린 리스트 제도 도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화 스테이블 코인 본격화

SBINFT

일본은 지난 6월 1일 제3차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정의와 발행·유통에 관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했고 일본 내 은행, 자금 이체 기관, 신탁 회사를 중심으로 엔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 본격화했다.

 

해당 개정안은 스테이블 코인을 ‘전자 결제 수단(EPI : Electronic Payment Instruments)’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를 넘어 송금·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담고 있다.

 

개정안에서 규정한 EPI 사업 운영자의 조건을 충족하는 한 다양한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 중개자가 될 수 있는 개정안이 시행된 현재 일본 내에서는 은행·증권사 등 전통 금융회사들과 함께 다양한 테크핀 스타트업들이 엔화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2위 규모의 스테이블 코인 USDC의 발행사 서클의 제레미 알레르 최고경영자(CEO)도 일본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면서 일본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기업들도 웹3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21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부임한 이후 일본은 정부를 주축으로 웹3 백서 발행, 과세 개편, 투자 유치 등 웹3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IVS 2023 교토, 웹X 도쿄 등 굵직한 웹3 행사에서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하며 꾸준히 웹3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기대감을 보였다.이와 함께 5개년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통해 5년 내에 일본 내 스타트업 수를 현재 수준의 10배인 10만 개로 늘리고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100개 탄생을 목표로 약 10조 엔을 투입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웹3 산업에 대한 투자는 벤처캐피털(VC) 주도로 이뤄지기보다 증권사·통신사·유통사 등 기존 웹2 대기업을 위주로 이뤄지는 성향을 보이고 있고 웹3 투자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로컬 VC들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웹3 산업에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웹2 대기업들은 합작투자(Joint Venture) 혹은 자회사(Subsidiary)의 형태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SBI그룹을 꼽을 수 있다.

 

소니.소프트뱅크 등 굵직한 기업 진출

SBI는 일본의 대표적인 금융 지주회사 중 하나로, 토큰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SBI디지털애셋홀딩스,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SBI VC트레이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SBINFT 등 웹3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SBINFT는 2021년 9월 당시 일본 최초의 통합 NFT 마켓플레이스인 ‘스마트앱(SmartApp)’을 SBI홀딩스가 인수해 리브랜딩한 것으로, 9월 말 NFT 고객 관리 플랫폼 ‘미츠(Mits)’를 출시할 예정이다.

 

SBI그룹 외에도 일본 최대 규모의 통신사 NTT도코모의 자회사 NTT디지털, 전자제품·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리더인 소니의 소니네트워크커뮤니케이션, 소프트뱅크와 라인이 웹3 투자를 위해 설립한 합작회사 Z벤처캐피털 등 일본 내 굵직한 전통 기업들이 웹3 산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및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웹3 산업에 대한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신규 프로젝트들과 투자 내역은 게임과 NFT에 집중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현재 일본의 웹3 산업이 초기 단계임을 고려한다면 풍부한 지식재산권(IP)과 탄탄한 게임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게임과 NFT에 집중해 나가는 모습은 초기 시장 확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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