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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경고등
사우디.러시아 감산 연장 결정
국제유가 5주 연속 상승세
월가 “공급 부족 계속되면 내년 2분기 93달러”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국내외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려 주요국 물가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다고 보는데, 향후 유가 전망치는 기관별로 엇갈리고 있다.

 

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1.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달에만 16% 가까이 뛰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1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난 6월 말 배럴당 71달러에서 현재 85.5달러까지 높아졌다. 우리나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85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국제유가
국제유가가 5주 연속 상승해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에도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동안 배럴당 60~7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5주 연속 상승한 데는 산유국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의 영향이 컸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 감축했다. 사우디는 감산 조치를 다음달인 9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 중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은 지난달 중순부터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어왔다.

 

독일 대표 상업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미국의 재고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100만 배럴 자발적 감산을 감안하면 8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이 2021년 가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달 4일 열리는 OPEC 회의에서 감산 조치를 한 달 더 연장할 경우 유가는 올해 최고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점도 유가 상승 요인이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2.4%를 기록한 데다, 노동시장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장에서는 미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부드러운 경기 하강)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경우 원유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과 ‘넥스트 차이나’로 꼽히는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원유 수요를 늘리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소비 촉진, 관광 활성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중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이 6%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지프 맥모니글 국제에너지포럼(IEF) 사무총장은 “중국과 인도가 올해 하반기 하루 200만 배럴의 새로운 원유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최근 유가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모처럼 잡히기 시작한 물가가 다시 튀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 시점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올라서야 물가에 부담을 주기 시작한다고 평가한다. 다만 앞으로 유가가 얼마나 더 상승할지에 대한 시각은 전문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지금의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내년 2분기 배럴당 93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망대로 국제유가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80~90달러 수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더 미뤄져 지금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일각에서는 9월부터 여름철 냉방 수요와 항공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천연가스 등은 추세적으로 큰 움직임이 없어 에너지 부문의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상기후로 인한 북반구의 뜨거운 여름이 전력수요를 늘려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 중이지만 9월부터는 이러한 수요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오는 24일 최신 원자재 가격 흐름 등 경제지표를 반영한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를 담은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한국은행도 고민에 빠졌다. 앞서 한국은행은 최근 2%대로 내려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에는 3% 안팎으로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유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상승률이 3%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2%)를 웃도는 흐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도 연 3.5%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

 

박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경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지만 물가에는 부담스러운 현상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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