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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금값 반등
美긴축 완화 기대 나오며 강달러도 주춤
달러에 밀렸던 금값 계속 오를지 주목
다만 전쟁, 美통화정책 등 불확실성 여전

한동안 강달러에 밀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금 가격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계기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전쟁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어 당분간 금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강달러가 완전히 꺾였다고는 판단하기 힘든 만큼 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2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1900달러에 바짝 다가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 가격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2055.7달러까지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강화로 이달 5일 1831.8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지난주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사태가 터지면서 6일(1845.2달러)과 9일(1864.3달러), 10일(1875.3달러). 11일(1887.3달러)까지 연속 급등세를 보이는 중이다.

 

금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감이 클 때 가격이 더 오른다. 이번 중동 전쟁은 주요 산유국인 이란과 그 앙숙인 미국, 이슬람권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 시리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국이나 이란으로 전쟁이 확전할 경우 세계 경기침체를 앞당기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 가격 추이

美 긴축 완화 기대감에…달러 대신 '금'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긴축 기조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도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금은 미국 금리, 달러 가치와 반대 흐름을 보인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는 투자상품이다 보니 고금리 상황에선 예금·채권 등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곧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금 가격은 2000달러를 넘었고, 예상과 달리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Fed 긴축과 강달러가 심해지자 이달 초 1830달러까지 추락했다.

 

아직은 Fed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최근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중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스라엘 전쟁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며 "Fed가 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Fed가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Fed 고위 인사들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07에서 전날 105대로 상승세가 꺾였다.

 

전쟁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미 국채 금리도 하락세다. 국채 금리와 국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쟁 우려로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늘면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내린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 긴축 우려에 4.81%로 오르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날 4.5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미국 국채 금리와 함께 달러 가치도 계속 내릴 경우 반대로 금 가격은 추가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

 

10개월째 금 보유 늘리는 중구

중국을 비롯한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금 가격을 떠받치는 요인이다. 지난주 나온 세계금협회(WCG)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지난 8월 금을 77t 매입하면서 3개월 연속 보유액을 늘렸다. 지난 4~5월만 해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보다 매도가 더 많았으나, 최근 들어선 매입이 뚜렷하게 더 많아지는 모습이다. 크리샨 고폴 WGC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연초 순매도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의 매수 속도를 보면 연간 총매수량이 또다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금 매입을 이어가면서 세계 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매입량도 지난 4월 8.1t, 5월 15.9t, 6월 21.2t, 7월 23t, 8월 28.9t으로 5개월 연속 규모가 늘었다. 중국은 미국 달러와의 패권 전쟁 차원에서 미 국채는 팔고, 금 보유량은 늘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한 금 매입을 계속 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2165.4t으로 미국과 독일, 국제통화기금(IMF),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반면 한국(104.4t)은 2013년 2월 이후 금 매입을 중단해 세계 38위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스나 리비아, 멕시코보다도 순위가 낮다.

 

하지만 앞으로도 금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보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우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가장 큰 변수다. 전쟁 확전으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금 가격도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Fed의 정책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면 금 가격이 다시 강달러에 밀릴 수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은 Fed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만큼 불확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나오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 상황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추가 금리 상승을 내다보는 분석도 많다. 한국은행 런던사무소는 중동 전쟁에 따른 금리 전망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의 시장 상황과 유사한 패턴으로 초기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금리 하방 압력이 우세하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 충격에 따른 유가 가스 가격 상승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금리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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