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대한항공과 기업결합 선결 조건
양사 이사회 격론···막판 난기류
이사회 내 화물 사업 매각 우려 목소리도
시정조치안 제출하면 연내 승인 여부 결정

대한항공, 아시아나 기업결합 조건 및 시정조치안

아시아나는 30일 오후 2시께 서울 도심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화물 사업 매각 논의를 이어갔지만 오후 9시 30분까지 가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다. 이사회 직전까지 화물 사업 매각에 대한 결론이 쉽게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회의는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논의가 길어진 것은 일부 사외이사들이 화물 사업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와 노조 반발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선 원유석 아시아나 대표(사내이사)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인 등 총 5명이 참석했다. 사내이사 2인 중 한 명인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일신상의 사유로 29일 사의를 표명해 출석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이르면 31일 다시 이사회를 열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시정 조치안을 내기로 했기 때문에 31일까지는 아시아나 이사회의 화물 사업 매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는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추후 다시 열릴 예정"이라며 "일시와 장소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 이사회의 논의가 더 있어야겠지만 1995년 처음 화물기를 도입하며 30여 년간 한국과 전 세계의 화물을 실어 나른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위해서는 화물 시장 지배력을 낮추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화물기 몇 대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사업부를 넘기는 초강수도 둘 수 있는데 이르면 올해 안에 결론이 날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 여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는 화물 사업을 매각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직원들의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담보하는 내용을 이사회에서 다룬다. 여객 부문에서는 △티웨이항공 등 경쟁사에 노선을 이관하고 △직원과 항공기를 지원하며 △여객·화물 사업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들고 EC를 찾을 계획이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는 발표 이후 3년 만에 합병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올해 5월 EC는 양 사 기업결합이 유럽 4개 노선에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중간보고서를 냈다. 대한항공도 EC와 심사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하며 급기야 유럽 4개국의 슬롯을 대거 내놓고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 매각안까지 맞추려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방향대로 결론이 나면 며칠 내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고 EC는 이를 토대로 이르면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1월께 승인 여부를 결론 낼 것으로 전망된다.

 

EC는 한국과 독일·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간 4개 노선의 여객 경쟁력을 줄이고 유럽 전역과 한국 간 화물운송 서비스의 지배력을 포기하라는 시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여객의 경우 유럽 4개 도시의 슬롯을 포기하면 되지만 화물은 유럽 전역이 규제 대상이다 보니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EC는 보고서에서 “양 사가 합병하면 여객과 항공화물 서비스 가격이 오르거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내놓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방안을 만들어 EC에 제출해도 기업결합의 승인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관건인 화물 사업 매각이 실제 이뤄져야 하는데 잠재 매수자들의 반응이 미지근한 것이 가장 크다. 규모가 가장 큰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처음부터 아시아나 화물 사업 인수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가운데 두 번째 규모의 티웨이항공도 내부적으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인수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사실상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인수할 기업은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인데 이들은 여객기 10대 미만의 소형 LCC라 실제 인수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대주주인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은 여객 사업을 위한 증자를 한 상황이라 화물 사업을 위해 추가로 증자를 해야 한다. 아시아나 화물기 주력인 B747(9대)의 평균 기령은 27년으로 매우 노후화됐고 5년 내 신규 화물기를 도입해야 하는 등 추가적으로 대규모 지출이 불 보듯 뻔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항공화물 시장 침체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성공적으로 매각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헐값으로 매각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화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LCC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항공기나 조종사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현재까지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며 “문제는 가격으로, 항공기 임대 비용이라든가 추가로 발생하는 경비 등 비용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편 합병이 무산될 있다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항공 업계의 관계자는화물 사업 매각을 강행하면서 나중에 배임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말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관계자는노조 입장에서도 결국 합병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쟁의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문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