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앵커 투자 기업, 줄줄이 상장 지연... 회수 부담 확대
’4조 몸값’ 컬리, 현재 시총 7300억원
카카오엔터 소수 지분 매각으로 선회
업계 “출자자 회수 압박 심해졌을 것”

 

국내 성장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2500억원을 쏟아부은 컬리의 기업공개(IPO)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투자금 회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알짜 투자처인 줄 알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조차 상장 지연 상황에 빠진 탓이다. 앵커PE는 생존을 위해 카카오엔터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 CI.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 CI.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상장 전 자금 조달(프리IPO)을 끝으로 IPO 절차를 완전히 중단했다. 당초 올해, 늦어도 내년 중 상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상장 주관사와의 조율조차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 전 몸값을 불리기 위해 추진했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독이 됐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드러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 법인과 경영진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대주주 관련 이슈가 생기면 상장심사 등 관련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지는데, 법원 판결 리스크가 완전한 해소되기 전까지 상장 작업은 사실상 추진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앵커PE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안상균 대표가 이끄는 앵커PE는 저금리를 바탕으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 컬리, 프레시지 등에 잇따라 투자하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하지만 성적은 시원치 않다. 투자 회수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앵커PE는 컬리 프리IPO에 2500억원을 투자했다가 회수 불능 상태에 처했다. 당시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 6조원 몸값에 상장해 최소 50% 수익률을 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상장이 시장 침체 등으로 연기됐다.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컬리 시가총액은 7300억원대에 그친다.

 

밀키트 업계 1위 업체로 불리는 프레시지도 마찬가지다. 앵커PE는 지난 2021년 말 약 3000억원을 들여 프레시지 구주와 신주를 각각 인수, 지분 64.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테이스티나인과 허닭 등을 인수하는 전략을 폈지만, 적자 누적에 IPO가 어려워졌다.

 

2022년 1500억원을 투자한 두나무는 손실 구간에 들어왔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15조원으로 평가해 지분 1%를 확보했지만, 가상자산 거품이 꺼져버렸다. 2013년 조성한 1호 펀드 청산이 난항에 빠졌고, 출자자(LP)들로부터 회수 성과에 대한 압박마저 거세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

 

이런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그나마 앵커PE를 살릴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2016년 이미 카카오 콘텐츠 자회사였던 포도트리(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12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일찌감치 지분을 확보한 덕에 상장 시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앵커PE는 2020년 포도트리와 합병한 카카오엠에도 2098억원을 투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12.4%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초 프리IPO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인 10조5000억원만 적용해도 앵커PE의 지분가치는 1조3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가 1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앵커PE는 투자 수익이 원금의 6배에 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2016년과 2020년 각각 1250억원, 2098억원씩 총 3348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지분이 약 2조원 가까운 가치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앵커PE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돌린 모양새다. 보유주식 중 5% 미만의 소수 지분 매각을 결정,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프리IPO 때와 같은 10조원 초반대 기업가치로, 약 5000억원을 우선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선 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번져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앵커PE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곳이 없어서다. 기업가치 하락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물론 상장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앵커PE 투자 실패가 잇따르면서 출자자들의 자금 회수 압박이 상당히 거세진 것으로 안다면서앵커PE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수 지분 외에도 메타엠, 엔코아, 단비교육, 교육지대 다수 투자 기업을 대거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원문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