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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열 개 가운데 반도체를 직접 판매하는 기업은 세 군데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체적인 독자 칩을 디자인, 개발하는 기업이라면? 이 경우는 답이 달라진다. 열 개 기업 모두가 진행하고 있었다. 점점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개별 제품 솔루션에 맞는 칩이 대세가 된다는 뜻이다.

 

빅데이터 수집을 위한 플랫폼으로

당신은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제품을 하나 샀다. 제품을 사면 당신의 데이터는 어디로 쌓일까. 통신사는 자사 통신망을 사용한 고객의 데이터만 가지고 있다. 카드사는 자사 카드 사용자의 거래 총액 내역만 가지고 있다. 백화점은 당신이 백화점 시스템 안에서 거래한 상세 상품 품목, 매장 위치, 날짜, 시간, 거래 총액 내역을 다 가지고 있다. 백화점은 제품을 고르고, 거래하고, 결제하고, 통신망을 사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신문을 여러 개 보는데, 각 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고 A 포털 신문 섹션을 한 번에 살펴본다면 어떨까. 검색한 키워드, 기자, 날짜, 클릭한 기사, 재방문한 기사, 북마크한 기사, 공유한 기사, 좋아요를 누른 기사, 댓글을 단 기사, 다 읽은 기사, 읽다가 다른 곳을 클릭한 기사, 광고를 클릭한 기사, 세부 관련 기사까지 본 기사 같은 세부 내역은 포털에만 남는다. 개별 신문사 홈페이지에 남지 않는다. A 포털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뉴스 기사를 고르고, 클릭하고, 검색하고, 공유하는 역할이다.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한 플랫폼에서 고객이 활동하면 빅데이터는 플랫폼에만 모인다. 대부분의 회사가 플랫폼 역할을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제품 회사, 서비스 회사, 솔루션 회사들이 본인들의 제품, 서비스, 솔루션에 탑재할 반도체 칩을 스스로 개발하려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칩을 통해 쌓이는 중요한 빅데이터와 분석 가치들을 스스로 자산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외부 회사 칩을 구매해서 자사 제품이나 솔루션에 붙일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부가가치 빅데이터 정보가 자사 칩, 자사 제품 솔루션에 확보된다. 칩셋을 만드는 외부 회사에 대한 의존성이 최소화되니까 말이다.

 

칩 생산을 위한 허들 변화

반도체 장비에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능을 도입해 설비를 지능화하면 제조 공정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가상 환경에서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면 비용을 기존 대비 낮출 수 있기도 하다. 요즘 나오는 디지털 트윈, 가상환경, 인공지능 환경에서는 반도체 개발도 이전보다는 문턱이 낮아졌다. 반도체 공정 자체가 난이도가 낮아지고, 생산량도 극대화되면, 칩을 직접 생산하려고 도전하는 업체가 늘 것이고, 칩을 탑재한 제품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을 인공지능 모델 및 서비스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에 최적화된 칩이 필요해졌다. 성능, 전력 소모 면에서 더 세밀한 요구사항이 나왔고, 더 나은 칩이 필요하게 됐다.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IT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라면 누가 가장 자신 있을까. 당연히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은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들었다. 해볼 수 있기에. 인공지능이라는 기술 자체도 자신이 있고 인공지능 기반으로 제품 서비스 운영 비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일 수 있으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메타, 테슬라 모두 자체 칩 개발에 착수했다.

 

초거대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이를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로컬이 아닌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고용량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 안에, 오류 없이 정확하게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당하려면 자사가 쓰는 클라우드, 자사 제품 서비스에 딱 맞춘 전용 반도체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자사 제품에 맞춤형으로 나온 반도체라면 따로 커스터마이징할 필요도 없으며 연계된 자사 제품, 솔루션과 호환도 보장된다. 자사 제품의 출시 시기와 특정 이벤트도 딱 맞출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칩 회사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지원하는 데 자체 칩을 쓰게 된다. 구글은 텐서플로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추론 기능을 위해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테슬라는 독자 설계한 자율주행 신경망 처리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이며 이를 위해 칩도 자체 개발한다. 

맞춤형 인공지능 반도체의 편리함

LG전자는 2023년 7월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가전제품용 칩을 개발해 신제품 UP가전에 탑재했다. 자사 제품의 인공지능 제어, 디스플레이 구동, 음성인식을 지원하고 자사 가전OS에 특화된 칩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LG전자는 올해 ‘CES 2023’에서 공개한 선 없는 TV에도 직접 개발한 반도체를 넣었다.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 칩셋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기존 제품에 탑재되던 고사양 칩셋은 시중에 이미 나와 있지만 내 제품에서 구동하기엔 너무 무겁다. 원가를 낮추면서도 최고 성능을 구현할 칩을 최단 시간 최적화하기 위해 칩셋이 자체적으로 개발됐다.

 

챗GPT에는 약 1만여 개의 엔비디아 GPU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이 인공지능 GPU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여러 제품 회사, 솔루션 회사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은 이런 특정 회사에 대한 지나친 칩 의존도를 낮출 것이고, 반도체 수급 비용도 줄일 것이고, 반도체 수급 일정도 지연시키지 않을 것이다.

 

제품 가격 통제를 통한 수익성 증대

범용적으로 쓰이는 상용 GPU는 여러 기업의 수요와 다양한 용도를 겨냥해 제작되었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은 이제 자사에 쓸모없는 기능은 빼고 자사 서비스, 자사 특징, 자사 목적에 딱 맞는 기능만 넣은 칩을 타기팅한다. 이렇게 칩을 자체 개발하면 생산 비용도 줄고, 커스터마이징 비용도 추가로 안 들고, 전력 소모 같은 디바이스 운영 비용도 크게 준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AI 구동을 위해 자체 설계한 칩은 엔비디아 칩과 비교할 때 성능은 같지만 비용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구글도 지난 8월 자체 개발한 최신 인공지능 칩이 기존 칩보다 성능은 2배 이상이고 비용은 3분의 1 이하로 줄인 바 있다.

 

칩과 칩이 들어갈 제품 솔루션을 동시 설계 제작하면, 양쪽의 외관, 비용, 기구, 설계, 방열 처리 전력 요구 특이점을 함께 고려하며 출시할 수 있다. 제품 출시 시기, 가격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도 제품 솔루션 업체가 직접 가져간다. 과거에는 기존 칩 업체 신제품 출시에 의존하여 신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즉, 제품 솔루션 업체 입장에서 최적의 출시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웠다. 칩을 내재화하면 가격과 일정이 다 통제된다. 이렇게 제조 업체가 직접 설계한 칩이 스마트폰과 자동차 같은 완성 디바이스 솔루션의 성능과 시장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이 됐다. 그래서 명민한 빅테크 기업들이 칩 자급자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은 지난 10월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테크 라이브 행사에서 전 세계적인 AI 칩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하는 것을 결코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AI 대규모 언어모델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이를 위한 맞춤형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을 있다 했다. 하드웨어 의존도를 배제한다는 말이다. 모든 하드웨어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들어갈 있는 소프트웨어, 칩을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오픈AI는 전문 반도체 설계 업체 인수를 위해 후보 기업 리스트를 추리는 상황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GPT 어디를 노리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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