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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서울대 교수 인터뷰
신용경색 발생시 ‘금리 인하’ 효과 제한
공급 확대 위해선.. 정부 주도 ‘리츠’ 활성화 
“갭투자 부추기는 정부... 역할 방기”

 

‘하박(하버드박사)’. 대중들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이렇게 부른다. 상대적으로 전문가 풀(POOL)이 넓지 않은 부동산 업계에서 보기 드문 하버드 출신(도시계획·부동산 박사)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붙지 않았을까. 그는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매년 발간하는 ‘부동산 트렌드’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동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말끔한 외모와 달리 화법은 거침이 없고 털털했다. 그는 내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PF발(發) 신용경색’ 우려부터 꺼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ㅡ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총선을 전후로 PF가 터질 것으로 본다. 터진다는 것은 부실화된 사업장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결국 신용경색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리 터졌어야 할 사업장의 수명을 금융권에서 연장시켰고, 사업장은 버티고 버티면서 이자는 이자대로 높아졌다. 결국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가면 터지는 것이다. 3~6개월 정도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금리 인하 효과가 제한될 것이다.”

 

ㅡ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금리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 침체와 PF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현재 작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부실한 곳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곳도 있다. 일각에선 ‘솎아내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PF 문제는 사실 해결책이 없다. 정부가 이미 부동산 PF 보증 규모를 기존보다 10억 원 늘린 25조 원으로 확대했다. 사업성이 안 나오는 곳을, 계속 어설프게 연장만 시켰다는 점이 정책 실패라면 실패다.”

 

ㅡ진작 정리했어야 했다는 것인가.

 

“서울은 고가 오피스텔 위주로 디스카운트(할인)를 해야 한다. 일례로 청담동 프리마호텔처럼 계속 연장시키는 것이 문제다. 부동산 시장 자체를 왜곡시키는 셈이다. 어느 정도 시장이 망가진 다음에 후발주자가 들어오는 것인데, 기회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만기 연장을 통해 ‘좀비(사업장)’를 계속 양산시켰고, 이젠 달리 방도가 없는 상황까지 왔다.”

 

ㅡ제2의 레고랜드 사태까지 올까.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전 4%였던 금리가 사고가 터진 후 10% 이상 뛰어버렸다. 감당할 수 없는 이자는 결국 은행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고, 추후 공적자금이 들어간다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PF가 터지면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투자가 막히고 신용경색이 온다. 특히 지방은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다.”

 

ㅡPF 사태가 공급 부족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을 나눠서 봐야 한다. 공급량이 부족한 곳은 서울하고 세종 정도다. 과거 ‘공급 쇼크’가 있었기 때문에 지방에는 절대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 전국에 25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현 정부) 공약도 취소해야 한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급 부족 문제는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ㅡ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도는.

 

“재건축·재개발로는 안 된다. 신통기획만 해도 사업 인가까지만 3년이 걸린다. 내년에 신청한다면 2027년에 인가받고 5년 뒤 공급된다. 너무 늦다.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택지 같은 국·공유지에 민간 브랜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정부가 일종의 ‘대규모 분양장(長)’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분양 기축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선분양 시장의 수요를 기축 시장으로 옮겨 가격을 눌러야 한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급 확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133층짜리 랜드마크 짓겠다는 상암동 부지는 원래 아파트가 들어서야 하는 자리다. 강남권 자곡동·내곡동에도 기능을 상실한 용지가 많다. 그런 땅들을 모아서 공급할 생각을 해야 한다.”

 

ㅡ전세 가격 폭등을 우려했다.

 

“일단 신축 물량이 없다. 집값이 쌀 때 정부가 리츠(REITs·부동산 간접투자)를 만들고 민간 아파트를 사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매입하고 운영은 민간 자산운용사에 맡기면 된다. 국민연금 운용 방식과 비슷하다. 4~5개의 기관을 묶어서 이를 통해 적정한 가격에 사들이면 된다. 기관들에겐 적정한 수수료(fee)를 주면 된다. 그래야 정부가 임대료를 컨트롤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공공에서 관리할 수 있는 임대 물량이 지나치게 적은 나라 중 하나다.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갭투자 여지가 높아진다. 결국 자산가치를 높이면서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ㅡ갭투자를 주거 사다리로 보는 관점도 있다.

 

“전세를 끼고 매입을 하는 것이 어떻게 ‘주거 사다리’ 정책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공공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본다. 적정한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도록 공급 물량을 확보하거나, 생애 주기에 맞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주거 사다리 정책이다. 어떤 사람이 무주택자라고 가정해 보자. 내년 상황도 불안하고 전셋값도 오른다는데 지금 집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주택이 나온다면. 정부에서 이처럼 선택지를 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갭투자를 권한다. 이는 상당히 잘못된 접근이다.”

 

ㅡ해외 사례는.

 

“미국은 과거 공공 브랜드 임대 아파트가 있었지만, 월스트리트 자본이 들어가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민간에서 서민을 위한 임대 아파트를 짓는다. 대표적으로 보스톤 캐피털사(社)가 있다. 이곳은 리츠 회사면서 펀드 형태가 아닌, 자기 관리형 회사다. 우리나라에선 건설사 부영이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이익을 사유화 한다는데 차이가 있다.”

 

ㅡ내년 분기별 전망은. 내 집 마련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시점보단 상황이다. 국내에선 6월을 기점으로 금리 인하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PF 문제가 터져서 발목을 잡는다면정체 상태 오래갈 것이다. 미국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고 국내 금리가 바로 떨어지진 않는다. 총선 PF사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과연 금융 신용경색을 얼마큼 일으킬 것인지가 변수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안정화된 이후를 권한다. 2025년부터는 아파트 공급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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