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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리 연 3.25% 동결 
2021년 연 0.5→0.75% 시작한 인상 사이클 ‘끝’ 
태영건설 우려엔 단호히 “한은이 나설 때 아니다”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현상유지 “최소 6개월”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 행진의 ‘종료’를 선언했다. 1년째 연 3.5%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올해 첫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에서는 ‘더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없다’는 신호가 뚜렷하게 제시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갈 ‘충분히 장기간’이란 시간에 대해, ‘적어도 6개월 이상’이라는 개인적인 견해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올해 하반기로 밀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7~8월 정도에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1년 8월 시작된 금리 인상 ‘마침표’ 평가

한은 금통위는 11일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1년째 현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더욱 주목할 것은 한은이 ‘추가 인상 없음’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약 1년간 포함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란 문구가 빠져 있었다. 이 총재가 금통위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모두 향후 3개월간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라고 언급한 대목도 이와 연관된다.

 

지난 회의 때만 해도 연 3.75%로 25bp(1bp=0.01%p)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힌 금통위원이 4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된다. 금리를 더 올려 대응해야 할 재료로 꼽혀 왔던 국제유가 상승세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선 게 입장 변화의 주된 요인이었다.

 

이로써 2021년 8월 연 0.5%에서 0.75%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속된 한은의 인상 사이클이 완전히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11월, 2022년 1·4·5·7·8·10·11월, 2023년 1월까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3%포인트(p) 높여 온 한은이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

부동산PF·경기 고려해도 “아직은 인하 시기상조”

 

1년째 금리를 동결하며 관망해 온 한은은 올해에도 인하로 쉽게 돌아설 수 없는 처지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3%대로 목표치(2%) 대비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도 지금은 시급하지 않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판단이다. 소비 부진이 치명적이지만, 자동차·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를 상쇄해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올해 2.1% 경제 성장률 전망을 현재에도 유지한다”며 “부동산 가격 조정 국면인 현 상황에선 섣부른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누를 범할 수 있다. 금리 인하가 낼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사태’로 촉발된 최근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치열한 논쟁 대상이 됐다. 이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우려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 총재는 “한은이 대응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태영건설 사태는 부동산 PF 중에서도 위험 관리가 잘못된 특이 사례로, 이것이 큰 위기로 번져서 시스템 리스크로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그런 불안 요인에서 시장 안정에 충격이 왔을 때만 정책적으로 대응한다. 정부가 현재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하는 만큼, 한은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금리 인하뿐 아니라 발권력을 동원한 한은의 유동성 공급 역할과 관련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즉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현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면서 “적어도 6개월 정도 금리 인하 예측이 어렵겠다는 것이 제 사견”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그가 ‘적어도 6개월’을 언급했던 만큼, 한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은 뒤로 더 밀리게 됐다. 올해 하반기에나 인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상반기까진 이대로 간다… 하반기 초 인하 기대”

시장에선 하반기 초쯤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보다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는 있으나,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한은의 물가 목표치 부합 시기인 3분기와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시점인 6~7월이란 두 재료가 충족되는 시점인 7~8월 중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한은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고, 앞으로는 물가 둔화 속에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 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경기·물가·금융 상황 모두 동결 기조 장기화를 지지한다상반기까지 금리 동결을 전망한다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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