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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어닝 쇼크에도 바닥론 무게

 

삼성전자의 지난해 성적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였다. 영업이익 잠정치는 6조5400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시장 컨센서스인 7조4886억원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불황의 늪에 빠진 반도체(DS) 사업의 누적된 적자가 전체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도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흥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2800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업부별 확정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손실 규모를 3조~4조원대였던 앞선 분기보다 줄어든 1조~2조원 수준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적자 행진을 이어간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2024년 반등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산업으로 ‘반도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메모리 반도체 회복 사이클이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투톱’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반도체 경기 자체는 지금 록보텀(Rock Bottom·최저점) 형태를 벗어나는 단계다. 가능한 한 빠르게 2024년 상반기 중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건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명확하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이클의 골은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졌다”며 ‘반도체의 봄’이 빠르게 다가올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최 회장의 말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바닥을 지난 건 맞지만 회복 속도와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확실히 출하량은 늘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올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업체의 감산 효과로 2년 넘게 하락했던 D램·낸드 가격은 반등을 시작했다. 시장조사기업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PC용 D램과 메모리카드·USB용 낸드의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이르면 1분기부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D램을 중심으로 ‘감산 종료’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실적을 감안하면 양 사 모두 D램에서만큼은 정상화 단계에 올랐다는 판단이다. 올해는 HBM3·DDR5 등을 중심으로 D램 수요 증가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돼 조만간 D램 감산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시황 개선’을 이유로 “D램은 1분기에 변화(감산)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분기부터 재고가 많은 ‘레거시’ 제품 감산에 집중하는 대신 HBM, DDR5, LPDDR5X 등 선단(선폭 7㎚ 이하) 공정 제품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개선에 나섰다. 오는 1월 31일 예정된 2023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단계적 감산 종료’를 거론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ASP가 지난해 4분기보다 13~18% 상승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3~18%가량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었다. PC, 서버, 모바일, 그래픽 등 고른 산업 성장이 평균 가격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반도체 업체 실적에 발목을 잡은 낸드플래시 역시 1분기에만 많게는 20%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황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두 회사는 지난해 약 14조원과 8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13조원, SK하이닉스가 1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적어도 올해 1분기나 늦어도 2분기에는 반도체 적자가 끝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반도체 회복

 

AI 시대 본격화하며 반전 계기

HBM·온디바이스 등 고성능 승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AI’다. 두 회사가 모두 AI 관련 반도체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곽노정 사장은 올해 메모리 산업 리딩 전략으로 ▲전 세계 가장 많은 AI 고객들이 사용 중인 HBM3·3E ▲최고 용량 서버용 메모리인 하이 캐파시티(High Capacity) TSV DIMM ▲세계 최고속 모바일 메모리인 LPDDR5T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Performance) 메모리인 DIMM 등 초고성능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초거대 AI 시장을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클라우드용 솔루션 ‘HBM3E 샤인볼트, DDR5, MRDIMM, PCIe 젠5 SSD’와 ▲고성능·저전력 온디바이스 AI용 솔루션 ‘LPDDR5X, LPDDR5X CAMM2, LLW, PCIe Gen5 SSD’ ▲차량용 솔루션 ‘Detachable Auto SSD’ 등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리서치 테크팀장은 “2021년부터 축적된 과잉 생산 재고를 떨궈내는 중”이라며 “2024년 수요가 AI향 쏠림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도체가 불황의 터널을 지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고금리·고환율 기조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려 요인은 여전하다.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 같은 위험 요인은 소비자 구매력을 떨어뜨리거나,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 등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 낸드 시장 회복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최 회장이 “아직 전체적인 회복보다는 일부의 어떤 수요가 전체 마켓을 끌고 가고 있다”며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진단한 점이 이를 말해준다.

 

하이투자증권은 “반도체 업황은 올 3분기부터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반기 D램 업황 개선 지속의 관건은 하반기 수요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돌 수 있을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비메모리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과연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생기지 않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까지는 비메모리에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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