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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니블렛 전 채텀하우스 소장
로빈 니블렛 전 채텀하우스 소장

 

니블렛 소장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 소장을 지냈구요. 영국 유럽 미국 외교정책에 관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친 다수의 보고서를 저술한 바 있습니다. 영국 외교정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 생일 영예에서 세인트 마이클 및 세인트 조지 기사 작위(KCMG)를 받았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정된 전쟁’의 저자입니다. 패권을 가진 자에게 도전하는 신생세력과 기존 패권 세력이 반드시 충돌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원칙을 내세워 미중 간 갈등을 예고하면서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지요. 이 두 사람이 다보스 포럼에서 만나 다시한번 미중관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샌프란시스코에서 극적인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중갈등이 완화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예상이 있었는데요, 니블렛 소장과 앨리슨 교수의 생각은 많이 달랐습니다.

 

미중 갈등의 명암

먼저 니블렛 소장은 현재 국제질서를 미국과 중국 간의 ‘신냉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각각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눠 대립했던 것이나 지금 미국과 중국이 각각 진영을 나누어 갈등하는 것이 비슷하지만, 지금은 미국 진영에 있는 국가들도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 진영의 나라들도 미국과 미국 진영의 나라들과 많은 무역활동을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신냉전’이라고 부른 것이지요. 니블렛 소장은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안보적으로 어느 진영에 속할 것인지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경제적으로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 일본,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모두 중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투자국인데, 경제적으로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한다면 열전, 즉 무력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한 것인데요. 중국은 급격히 부상하는 세력이고 미국은 거대한 지배세력이기 때문에 두 세력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은 국제질서를 구축하여 78년 동안 대규모 전쟁이나 핵무기 사용 없이 세계적인 평화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경쟁과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이 거대한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실은 이미 구조적이다”라고 했습니다.

‘예정된 전쟁’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예정된 전쟁’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앨리슨 교수는 그러나 다소 희망적인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그는 “모든 워싱턴과 베이징의 행동 이면에는 경쟁에 대한 동기부여와 협력에 대한 동기부여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쪽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다른 쪽도 동일한 영향을 받는 폐쇄된 생태계에 산다면 서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려고 경쟁을 하다가도 심각성이 증대되면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핵무기 개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또는 새로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다가도 결국 누구도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군축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겁니다. 앨리슨 교수는 “경쟁하려는 인센티브와 협력하려는 인센티브 간에 끊임없는 긴장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앨리슨 교수는 “바이든과 시진핑 두 사람이 가장 예민한 문제에 대해 비공개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데 4시간이 걸렸다”면서 “두 사람이 본질적으로 경쟁적인 관계이지만 협력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또 “샌프란시스코 회동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잠깐의 휴식에 불과하다. 미중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안전벨트를 꽉 매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트럼프 어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해 두 사람의 생각은 일치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시대에 미중 갈등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니블렛 소장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예정된 많은 선거 가운데 미국 대선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선거”라면서 “트럼프는 딜메이커가 되고 싶어하고, 비즈니스를 원하고, 더 부자(나라)가 되길 원한다.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개발에 더 많은 제한을 둬서 중국을 경제적으로 더 압박하길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는 동맹의 리더로서 미국이 갖는 신뢰성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트럼프에겐 ‘미국 우선주의’가 중요할 뿐 대만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원한다면 그러라고 할 수도 있다. 이점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우려했습니다. 니블렛 소장은 이어 “일본이 미국 상품을 충분히 사지 않고, 유럽이 미국에 무역 흑자를 낸다면, 트럼프는 왜 미국이 그들을 보호해 주어야 하냐고 반문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닥치면 한국과 일본은 중국을 더 두려워할 것이고 유럽은 러시아를 더 두려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앨리슨 교수 역시 “트럼프는 중국을 ‘주적(principal adversary)’으로 보고 있다”면서 “당장 최혜국 거래를 철회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는 모든 중국산 품목에 10%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보다 크기가 큰 무역에 대해서는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는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자 기술, 철강, 의약품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앨리슨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중국에 대해 경쟁적으로 거친 언사를 쏟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겠죠. 그는 자신이 아는 중국인 동료 한명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정책의 결과는) 아마도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세계경제에서 분리(디커플링)하게 될 것 같다”고 말이죠. 중국 역시 트럼프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셈입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한 세션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한 세션

 

또다른 전쟁

니블렛 소장과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 외에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등 중동사태는 지정학적으로 문제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동전쟁은 지역 내 분쟁에 그칠 뿐, 미중 패권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니블렛 소장은 “현재 중동 상황은 지정학 문제가 아닌 인류의 비극”이라며 “후티 반군에 대한 폭격 중단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지 않고 기권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되면 신냉전 역시 위험해질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미국 선거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의회 선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포퓰리즘 기반 우파 정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정치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분위기가 확대될 있다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경우 유럽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가 위축될 있어 지정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트럼프가 집권한 미국마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면 우크라이나 전황은 악화될 것이 명백합니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까지 전쟁을 장기화할 공산이 크고, 이같은 유럽 상황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등에서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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