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동안 가상자산 산업에서 자신의 자산을 제3자에게 위임하는 행위인 수탁은 주로 부정적으로 인식돼왔다. 탈중앙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권은 스스로 보유한다는 셀프-커스터디(self-custody)로 대변되는 웹3 정신과 정확히 반대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대규모의 자산을 움직이는 기관을 필두로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서비스인 수탁에 대한 요구는 높아졌다. 이에 보안, 운영, 그리고 법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 수탁업체(institutional custodian)가 각광받고 있다.

 

필연적 리스크를 해소해 주는 수탁업체

전통 금융권에서 수탁은 금융기관(주로 은행)이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가상자산 산업에서는 수탁이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수탁업체가 고객의 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전통적인 의미가 아닌, 해당 자산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고객의 개인키(private key)를 보호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기관 수탁업체는 고객의 개인키를 보관하고 고객을 대신해 거래를 승인하는 주체로서 직접적으로 중개인, 딜러, 그리고 거래소와 상호작용하며 고객의 자금을 거래한다.

 

기관 수탁업체는 수많은 자금을 움직이는 기관이 가상자산 산업에 진입할 때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를 해소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해당 리스크는 크게 보안, 운영, 그리고 규제 리스크로 나눌 수 있다.

바이낸스(Binance), 업비트(Upbit) 등의 중앙화 거래소 역시 기관 수탁업체와 비슷하게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 해당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소 해킹 사례가 급증하며 거래소에 기관 자금을 맡기는 추세는 감소하고 있다.

거래소 해킹으로 인한 ㅍ해 규모 추이

 

따라서 대규모의 자산을 움직이는 기관들은 거래소에 자금을 맡기기보다는 고객 자산의 보호와 안전이 최우선 목표인 기관 수탁업체에 자금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관 수탁업체들은 보안과 관련한 회계감사 및 매니지먼트를 더욱 철저히 구축하였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현재 기관 수탁업체들은 홀로 자금을 보관할 수 있는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한 기관 및 수탁 리스크를 분산하고 싶은 자산운용사들을 가상자산 사업에 끌어들일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 기관 수탁업체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빗고(BitGo) 등이 있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출시한 수탁 서비스다. 주로 대형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기관 투자가를 대신하여 그들의 개인키를 보호하고 자산 보관, 수수료 징수, 그리고 예치금 관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뉴욕 금융서비스부에서 인가한 유한책임 신탁회사로서 뉴욕주 은행법 및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블랙록(Blackrock)과 더불어 그레이스케일(Grayscale), 비트와이즈(Bitwise), 발키리(Valkyrie) 등 대규모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수탁업체를 맡고 있다.

 

빗고는 2013년 설립된 다중 서명 지갑(Multi-Sig Wallet)과 임계값 서명 체계를 통해 기관 자금 수탁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BTC의 ERC-20 랩드 토큰(wrapped token)인 wBTC의 초기 파트너이자 현재까지 wBTC의 유일한 수탁업체이다.

 

빗고는 2023년 9월 하나은행과 업무 협약을 맺어 국내 법인 설립을 통해 디지털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으며 지난 2월 1일에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와 더불어 발키리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수탁업체로 지정되면서 발키리가 보유한 비트코인 일부에 대해 보관 및 관리를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기관 수탁업체들의 신뢰와 안정성, 그리고 편리함을 제공하며 산업에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등장 이후 대규모의 기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현재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트레이딩, 보험, 리서치까지 뻗어나가는 수탁업체

기관 수탁업체들은 또한 단순히 고객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수탁 서비스뿐만 아니라 트레이딩, 보험, 에스크로(escrow), 스테이킹, 그리고 리서치 제공 등 다양한 분야로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이와 더불어 기관 수탁업체에 관한 규제가 정비되어 가고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통 금융의 수탁업체들이 가상자산 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인 뉴욕멜론은행은 2022년 가상자산 수탁 프로그램을 출시하면서 주목을 모았다. 전통 금융의 수탁업체와 가상자산 산업 네이티브(native) 수탁업체들의 경쟁 역시 미래에 주목할 포인트이다.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더군다나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피해 사례를 기록한 가상자산 산업의 경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시돼야 한다.

 

기관 수탁업체는 생태계에 안전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갈수록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프레드는 건전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2019 창립된 3 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기업이다. 디스프레드는 대중에게 양질의 소통과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크립토 생태계를 안착시키고자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원문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