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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 한.일 공동개발구역 위치

 

제7광구. 중장년층은 이 단어에 흥분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폐허 같았던 나라가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단어. 하지만 어느 순간 잊혀졌다. 이 제7광구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시한 때문이다. 7광구 개발을 함께 하기로 한 한국과 일본의 재교섭 시한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대륙붕 ‘7광구’의 한·일 공동개발 협정 종료 시점은 2028년 6월 22일이다. 4년의 시간이 있지만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통보할 수 있는 시점은 내년이다. 2025년 6월에는 한국과 일본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시한이 다가오자 일본 정부는 최근 7광구에 대한 재교섭 가능성을 언급했다. 협정 종료를 앞두고 이 문제가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된 건 협정 발효 후 처음이다. 2월 13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오가타 린타로 무소속 의원의 협정 기한 만료와 관련한 질문에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재교섭의 방향성은 알 수 없다. 7광구의 석유개발 권리를 공유했던 협정이 종료될 수도 있고, 협정의 내용이나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일본이 7광구 한·일 공동개발을 폐기하고 개발 권한을 독점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공동개발 협정이 폐지되면 7광구에 대한 분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외무상의 발언으로 미루어보면 일본이 재교섭을 통해 대륙붕이 아닌 중간선을 기초로 해양 경계 획정을 정하는 등 협정의 내용을 일본에 유리하게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 국회에서 외무성을 향해 나왔던 이번 질의 요지는 일본 정부가 한국과 협정 재교섭을 할 때 중간선으로 경계선을 긋되 기점을 제주도 동남쪽의 일본 섬인 히젠토리시마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외무상도 비슷한 취지로 답변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유엔 해양법협약과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기초로 경계를 확정하는 것이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중국은 1998년 7광구 바로 옆 바다에서 천연가스 채굴을 하며 호시탐탐 해상이권을 노리고 있다. 2022년에는 해상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한국과의 잠정수역에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해 논란이 일었다. 7광구 위치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50년간 방치되다시피 한 7광구 개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면 동북아 안보의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7광구 개발 관련 주요 일지
7광구 개발 관련 주요 일지

협상종료 통보 1년 남아...석유 한 방울 못보고 끝나나

바다에 묻혀 있던 기회의 땅, 7광구의 가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1968년이었다. 유엔 산하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는 당시 ‘동중국해 대륙붕에 엄청난 양의 석유 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박정희 정권은 ‘산유국의 꿈’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본보다 앞선 1970년 6월 7광구의 영유권은 한국에 있다고 선포했다. 대륙붕은 해저 200m 깊이에 있는 완만한 경사의 해저지형을 말한다. 당시 국제법은 대륙붕이 어떤 국가의 영토에서 이어졌는지 여부를 따져 개발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이 반발했고, 석유를 탐사할 기술력이 부족했던 한국은 1978년 6월 7광구를 ‘한·일 공동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기한은 50년 뒤인 2028년 6월까지였다. 가장 중요한 단서가 붙었다. ‘탐사와 시추는 반드시 양국이 공동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없다”며 돌연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의 단독개발은 불가능했다. 결국 석유 한 방울도 얻지 못한 채 수십 년간 7광구는 방치됐다. 

 

일본이 공동개발을 중단한 이유는 1982년 체결된 유엔해양법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에는 대륙붕이 영토와 연결되는 ‘자연연장론’에 따라 영유권이 인정됐다. 하지만 1982년 유엔해양법 협약이 체결되면서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제시됐다.

 

1994년 이후에는 국경에서 400해리 미만 수역에서의 EEZ와 대륙붕의 경계 획정에 중간선 거리 원칙이 적용됐다. 이를 반영하면 JDZ의 90%가 일본 EEZ에 속하게 된다. 외교적 영향력이 전혀 없던 한국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던 시절이다.경제성에 대한 일본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나온다. 미국 정책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는 6광구가 위치한 수역을 ‘아시아의 걸프만’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7광구가 속한 동중국해는 최대 70억 톤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석유 매장량의 4.5배에 달하는 양이다. 매장 석유의 잠재적 가치만 900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까지 나왔다. 하지만 실제 탐사에서 1980년대 두 개의 미미한 가스 징후가 있었던 것 외에는 JDZ 내에서 개발 성과는 없다. 2000년대 초 공동 연구에서 한국 정부는 5개 유망 구조, 13개 잠재 구조를 도출하면서 매장량을 약 3600만 톤(우리나라 1년 석유 소비량의 30%에 해당)으로 추정했다. 

 

한·일 양국은 7광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구체적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나?

협정이 만료된다고 7광구 지역이 바로 일본으로 넘어가거나 한국이 권리를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7광구 문제가 국제 재판으로 갈 경우 일본이 협정 원칙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공동 탐사를 요청했지만 일본이 협정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7광구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구체적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그동은 7광구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만큼 양국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을 상대로 중국 저지를 위한 안보 동맹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협정을 연장하면 7광구 논의는 한·일이 이어갈 수 있지만, 협정을 파기하면 중국까지 끼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만 상대하는 것이 외교적으로도 유리하다.

 

지금까지는 한·일 협정 때문에 중국이 7광구에는 진입하지 못했지만 2028년 한·일 조약이 종료될 경우 7광구 일대 영해권을 행사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 일본이 협정 이행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외교부 조약국장과 루마니아 대사를 지낸 임한택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는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일본 안보의 최대 위협국이며 미국 입장에서도 JDZ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라며 “일본을 향해 ‘중국 저지’를 위한 한·일 동맹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미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한다고 하더라도 중간수역 문제는 여전히 현안으로 남고 이 문제는 해양경계획정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며 “일본 입장에서도 중국까지 상대하며 외교력을 낭비하는 것보다 한국과 재협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와 능력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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