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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김밥 이어 토트백까지 ‘열풍’, 주 타깃은 고학력 소비자 
중간유통 최소화하고 틱톡 통해 소비자와 소통

미국에서 웃돈이 붙어 팔리고 있는 트레이더 조스 미니 캔버스 토트백.
미국에서 웃돈이 붙어 팔리고 있는 트레이더 조스 미니 캔버스 토트백.

 

최근 미국에서 이베이 중고 판매를 통해 리셀 열풍이 부는 토트백이 있다. 판매자들은 원래 가격보다 100배 이상 높은 가격에 제품을 올려놨다. 해당 토트백을 파는 매장에선 제품을 내놓자마자 ‘완판’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 같은 설명만 들으면 해당 제품이 루이비통이나 구찌와 같은 명품 가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식료품 중심 유통업체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가 내놓은 2.99달러짜리 토트백이다. 천으로 만들어 여느 에코백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디자인이 튀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긴 한다.

 

트레이더 조스는 이전부터 여러 제품을 업계보다 먼저 내놓거나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입혀 판매에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온라인 업체나 다른 대형 유통업체에서 찾을 수 없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등 미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2의 스탠리 컵’ 된 토트백

미국 CNN은 트레이더 조스의 토트백 인기를 지난해 ‘스탠리 컵’ 대란에 비교하기도 했다. 미국 텀블러 브랜드인 스탠리는 여성 취향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내놓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테마 상품과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 테마 상품을 내놨을 때는 판매 매장 앞에서 밤새워 줄을 선 소비자들을 볼 수 있었다.

 

스탠리 컵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더 조스의 토트백도 틱톡 등 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인기가 더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출시된 트레이더 조스 토트백은 소셜미디어를 강타하며 틱톡에서 11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기존 트레이더 조스의 토트백도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 새로 출시된 제품은 크기가 더 작아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다. CNN은 “고객들은 전국 각지의 매장으로 몰려들어 2.99달러짜리 가방을 최대한 많이 사 가고 있다”며 “일부 매장은 1명당 토트백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이베이와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가방을 재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5달러에서 500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다만 해당 제품이 실제 광고된 가격대로 판매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틱토커들과 상호작용으로 마케팅

트레이더 조스는 토트백뿐 아니라 주로 판매하는 식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의적절한 기획력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틱톡 등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얻었던 김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미국 NBC는 “미국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스에서 판매를 시작한 김밥은 전국적으로 매진됐다”며 “오는 11월 추가로 입고되기 전까진 품절 대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김밥의 인기에 틱톡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한국계 음식 콘텐츠 크리에이터 세라 안(27)이 어머니에게 틱톡 김밥을 소개하는 영상은 1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라 안은 NBC 인터뷰에서 “내가 5살 때 어머니가 학교 점심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주셨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었다”며 “지금 미국에서 김밥이 인기를 끄는 것은 우리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소비되는 데 얼마나 많은 진전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미국) 사람들이 한국 음악, 한국 음식, 한국 문화, 한국 엄마 등 모든 것에 집착한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더 조스가 틱톡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틱톡에서 인기 있는 음식을 홍보하는 ‘틱톡에서 본 것처럼’이라는 코너를 매장 안에 마련하기도 했다. 트레이더 조스는 김밥 외이도 떡볶이, 소불고기 등 한국식 냉동식품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가장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냉동 섹션이다. 특히 만다린 오렌지 치킨, 치킨 티카 마살라 등이 가장 판매량이 많은 제품이다.

 

고학력 소비자들에게 인기

분석 회사인 뉴머레이터(Numerator) 데이터에 따르면 일반적인 트레이더 조스의 쇼핑객은 25~44세 사이의 백인과 아시아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사 학위 이상의 고학력자이면서 연간 수입이 8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을 다니면서 간단하게 집에서 준비할 수 있는 요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동시에 냉동식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다른 유통업체에서 산 것과 다른 제품 경험을 차별화하고 싶은 니즈(needs)도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레이더 조스가 와인과 치즈 제품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것 또한 이 같은 고학력 직장인들을 의식한 결과로 분석된다.1967년 트레이더 조스를 창립한 조 쿨롱(2020년 사망)은 트레이더 조스의 경쟁력을 위해 같은 매장 면적 안에서도 높은 가치, 많은 소비를 이룰 수 있는 (접근하기) 쉬운 제품을 갖추는 데 노력했다.

 

최근엔 트레이더 조스가 20년간 개당 19센트로 유지해온 바나나 가격을 인상한 것이 미국 전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있기도 했다. 트레이더 조스의 19센트 바나나는 매장 방문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농산물로 선정될 정도로 잘 알려진 제품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바나나의 평균 가격은 2023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파운드당 62~64센트를 기록했다. 트레이더 조스의 대변인은 CNN에 “우리는 원가가 변동될 때만 가격을 변경하며 20년 이상 바나나 가격을 개당 19센트로 유지한 후 이제 이러한 변경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CNN은 “바나나 가격이 변하지 않은 이유로 식료품점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바나나가 ‘로스 리더’(고객을 유인하고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품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간 유통업체 최소화

트레이더 조스는 비상장 회사로 재무구조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업계 추정으로 연간 매출이 약 130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매장은 530여 개이며 고용 근로자만 1만7000명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트레이더 조스의 단위면적당 매출이 홀푸드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보다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24/7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스의 전체 매출 규모는 미국에서 23위에 해당한다. 24/7 월스트리트는 “트레이더 조스의 매장당 평균 매출은 약 3100만 달러인데 매장 규모가 다른 대형 유통업체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평방피트당 매출은 홀푸드의 두 배”라고 전했다.

 

트레이더 조스의 미디어 담당인 나키아 로데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레이더 조스의 제품 개발팀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약 4000개의 제품을 선별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개인, 유통업체, 판매 대리점, 기타 중개인을 통해 구매하지 않고 생산자 또는 재배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중간 유통업체를 최소화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레시피나 제품 콘셉트를 구매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로데는트레이더 조스의 진열대에 자리를 잡기 위해 각각의 후보 제품은 시식 전문가들인 패널들을 통과해야 한다어떤 제품이 패널로부터 널리 사랑받고 뛰어난 가치를 나타낸다면 제품은 우리 진열대에 자리를 잡게 되고 트레이더 조스에서 경험할 있는 쇼핑 모험의 일부가 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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