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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많은 전문 투자자는 반복적인 어닝 쇼크, 경기지표 악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오면 주가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 듯이 말이다.

 

어닝 쇼크란 예측치보다 낮은 실적(earning)를 말한다. 예측치보다 심하게 낮다면 더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다. 주가는 실적을 따라 간다. 실적이 예상보다 낮다면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성을 의심하고 주식을 팔아 치운다. 그래서 어닝 쇼크가 반복되면 주가는 하향 추세에 들어 간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업 실적이나 거시경제 지표가 안 좋게 나와야 좋다는 말이 있다. 개별 기업의 어닝 쇼크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어닝 쇼크를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일까? 왜 그럴까?

 

불확실한 악재의 확정은 호재

악재보다 불확실성이 더 무섭다. ‘확실한 악재’는 무섭지 않다. 악재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다면 주가는 잘 내리지 않는다. 내리더라도 하락세가 오래 지속하진 않는다. 악재가 진짜 터질지, 터진다면 언제 시작할지, 터진다면 언제 끝날지 모를 때 주가는 하락한다.

 

예를 들어 요즘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0.75%p 단위의 큰 금리인상을 발표한다고 해서 주가가 급락하진 않는다. 이미 그 정도의 금리인상은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측을 크게 벗어나서 0.5%p를 인상한다면 주가가 엄청 오를 것이다.

 

반대로 계속 미국 연준이 금리에 확실한 사인을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주가의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확실한 악재보다는 불확실성 그 자체가 주가를 끌어내린다.

 

2022년 내내 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분 이유는 ‘확실한 악재’가 아닌 불확실성 때문이다. 러시아는 언제 전쟁을 끝낼지, 정말 핵이라도 발사하려는 것인지, 금리가 언제쯤 다시 내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금리인상 속도는 인플레이션이 꺾이거나 경기가 침체될 때 둔화될 것이다. 경기침체는 그 자체로도 악재이지만,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상태’가 더욱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차라리 기업 실적이나 각종 경제 지표(GDP, 고용 등)가 확실하게 안 좋게 나오면 주가는 오히려 오른다. 악재가 확정되었고, 끝나기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악재의 확정은 호재다.

 

경기침체가 오면 경기부양책이 나오기 마련

지금은 GDP나 고용 관련 지표가 예상을 훨씬 밑도는 등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면 오히려 호재다. 경기침체가 확실시 되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 동결하거나 심지어 인하할지도 모른다. 주식시장에 다시 많은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다. 정부 역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진작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한다. 소비의 증가는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경기침체가 오면 중국의 방역 정책도 완화된다. 시장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요한 이슈다. 현재 중국은 지역사회 전면 봉쇄 등 코로나 완전 종식을 목표로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실시 중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한다면 중국 전체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상하이도 예외가 아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는 극도로 위축되었다. 중국 시장이 세계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 문제는 다른 나라 기업의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려는 시진핑이 주석에 연임하자,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스타벅스의 주가가 하루에 –5%나 급락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하는 이유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해도 아직은 경제가 버틸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에 들어설 때 중국도 더 이상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중국 정부는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소비와 경기는 다시 살아난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피해를 입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 반도체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

 

경기침체는 경기부양의 시작점이다.

경기부양

경기침체가 오면 매수하기 좋은 주식

경기침체가 확실히 오고 나서 경기방어주를 매수하면 늦다. 경기침체는 미국의 통화 정책과 중국의 방역 정책의 시작을 의미한다. 경기방어주는 언제 경기침체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좋다.

 

경기침체가 이미 확실하고 경기회복이 언제 올지 모를 때는 오히려 경기순환주, 성장주, 리츠(REITs) 등의 업종이 좋다. 각종 경제 지표를 눈여겨보다가 금리인상과 제로 코로나 정책을 멈춰 세울 만한 침체(예상을 밑도는 GDP 성장률이나 고용 악화 등)를 포착하자. 그 신호를 포착한 후에는 경기순환주, 성장주, 리츠 중 좋은 주식을 선별해 보자.

 

경기가 바닥을 찍을 때는 다음과 같은 주식이 좋다.

 

반도체 업종은 전자기기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는다. 개미의 사랑 삼성전자도 이때를 노려볼 수 있다. 캐터필러와 같이 산업 전반의 시설·설비·장비나 건설 등을 취급하는 기업도 수혜를 입는다. 중국 시장의 위축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기업도 찾아보면 저점 매수가 가능하다. 이런 주식 중에서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고평가되지 않고, 배당금을 삭감하지 않으며, 그동안 실제 실적 하락폭은 적었던 기업을 고르면 좋다.

지금이 어느 사이클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길은 없다.

대신 ‘수혜를 입는다’는 말이 ‘주가가 오른다’와는 전혀 다른 문제란 점은 명심하자. 어떤 상황에 수혜를 입었다는 건 여러 측면 중 +1점을 더 받는다는 말에 불과하다. 그 외의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서 –10점을 깎인다면 그 주식은 몇몇 이슈에서 수혜를 입어도 주가가 오르지 못 한다.

 

확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어떤 이슈든 ‘수혜’란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부 요인일 뿐이다. 결국 주가를 결정하는 건 수많은 복잡성이 종합된 결과다. ‘주가가 오른다/내린다’가 아닌 ‘가능성이 높아졌다/내려갔다’로 생각을 하면 좀 더 겸손하게 투자할 수 있다.

 

또한 경기 순환은 결코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바닥과 고점의 정확한 타이밍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위의 경기순환주기에 따른 투자 전략을 나타낸 도표는 경기순환주기를 극도로 단순화한 모델이다. 실제 경기순환은 불규칙하고, 무작위하다.

 

그래서 단순히 ‘이만큼 떨어졌으니, 이만큼 오랫동안 하락했으니 이제 경기순환주기가 전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형적인 ‘도박사의 오류’라는 심리편향에 불과하다.

 

글 : 칼럼니스트 '성실한 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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