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 ‘깜짝’ 상승했다. 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각) 이같이 전하면서 1월 CPI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0.5%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은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CPI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6월(3%) 이후 7개월 만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2023년 8월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1.1%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1.8% 올랐다. 식품 가격은 전월보다 0.4% 상승했다. 특히 달걀 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급등하면서 9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에너지와 식품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1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4% 올랐다. 근원 CPI는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준다. 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연준이 다음 달 18~19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연준 인사들도 잇따라 우려를 표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1월 소비자물가 지표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sobering)”면서 “만약 이런 수준의 결과가 몇 달간 이어진다면 연준의 임무가 아직 완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굴스비 총재는 “앞선 2개월간 고무적인 물가 지표가 나온 데다 1월 물가 지표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한 달 치 물가 지표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굴스비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1월 CPI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과 관련해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더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황이 더욱 복잡해져 불확실성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해서 더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재차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금리는 인하돼야 하며, 이는 다가올 관세와 함께 적용될 것”이란 글을 올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이민자 정책 등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소식에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25.09포인트(0.50%) 하락한 4만4368.56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6.53포인트(0.27%) 밀린 6051.97에, 나스닥지수는 6.09포인트(0.03%) 오른 1만9649.95에 각각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