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코스맥스 지난해 나란히 매출 2조원 돌파
양사 글로벌 1위 ODM 쟁탈전 치열
트럼프 2기 변수… 미국 생산시설로 반사이익 기대감
케이(K)뷰티 열풍으로 국내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나란히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두 기업은 각자 강점을 내세워 경쟁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달러(약 15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중 중소기업 수출이 68억달러(약 10조원)를 차지했다. K뷰티 전성기를 연 인디(중소)뷰티 브랜드들의 화장품 생산을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도맡으면서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1.9% 증가한 2조166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54억원, 당기순이익은 884억원으로 각각 51.6%, 133.9% 증가했다. 매출 2조원 돌파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국콜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45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이로써 한국콜마는 2023년(매출 2조155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83억원, 당기순이익은 1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7%, 430.6% 증가했다. 한국콜마는 2023년 매출 2조1556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 클럽의 자리를 지켰다.
양사가 나란히 2조원 매출을 돌파한 가운데 1위 경쟁도 치열하다. 전체 매출은 한국콜마가 더 많지만 화장품 부문만 놓고 보면 코스맥스가 앞선다. 한국콜마의 화장품 부문 매출은 2023년 기준 1조1371억원으로 전체 중 52.7% 수준이었다. 자회사 HK이노엔 매출 비중(35.3%) 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코스맥스는 업계 최초 매출 2조원 달성을 내세운다. 앞서 코스맥스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1조원 돌파 시에도 ‘글로벌 화장품 ODM 업계 최초’라는 기록을 강조했다. 한국콜마도 같은 기간 매출 1조원을 넘겼으나 코스맥스가 업계 최초 타이틀을 내세웠다.
◇ 화장품 ODM 세계 1위 코스맥스 vs 선케어 독보적 경쟁력 한국콜마
코스맥스는 연간 생산능력(CAPA)이 약 17억7000만개를 넘어선 글로벌 화장품 ODM 1위 기업이다. 전 세계 인구의 4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수량이다.
코스맥스는 현재 한국과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전 세계 연구원 1000명에 달하는 화장품연구(R&I)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해당 센터에서 국내외 연간 100건에 달하는 특허를 등록했다.
한국콜마는 선케어(자외선 차단)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선크림은 단순한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기초 및 색조 화장품 전반에 적용되는 필수 기술이다. 토너, 로션, 팩트 등에도 자외선 차단 기능이 포함되면서, 선케어 기술력을 확보한 ODM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한국콜마는 국내 자외선 차단제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적극적인 기술 투자로 반도체 업계의 TSMC처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ODM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도 코스맥스는 색조에 강하고, 한국콜마는 기초 제품이 뛰어나다는 통념이 있다.
양사는 국내외 핵심 뷰티 브랜드들과 협업 중이다. 특히 두 회사가 나란히 매출 2조원 돌파라는 성과를 낸 배경에는 한국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열풍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중소 브랜드 수출이 늘어났고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ODM 업체들까지 수혜를 입은 것이다.
현재 코스맥스는 약 3300개의 고객사를 보유 중이고, 이 중 1500여개는 K뷰티 브랜드다. 그 외 로레알, 랑콤, 입생로랑 등 글로벌 뷰티 기업 톱20 중 18곳이 코스맥스와 거래하고 있다. 한국콜마 고객사 수는 2022년 2509곳에서 2023년 3147곳, 지난해엔 3776곳으로 늘었다. 아마존에서 ‘K선크림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선미녀, 고기능성 기초 화장품으로 유명한 달바가 한국콜마 고객사다.
◇ 트럼프 2기, 코스맥스·콜마 반사이익?… 고성장 유지 전망
코스맥스와 콜마는 K뷰티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국내 고객사의 수출 물량은 물론 해외 현지 고객사 수요까지 끌어모으는 전략을 짜고 있다. 양사가 해외 영업망 및 현지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 다음으로 화장품을 많이 수출하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어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코스맥스와 콜마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ODM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는 덕이다.
코스맥스는 미국 뉴저지에서 연간 2억700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서부 사무소를 열어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제2공장을 가동해 자외선차단제와 기초 화장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북미법인 생산량을 기존 1억8000개에서 3억개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양사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일단은 전망한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에 대해 “내년에도 신규 브랜드 수주로 고객군 다양화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에 대해 “세계 1위 화장품 ODM 업체로서 K뷰티 글로벌 확대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이라며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 미국, 동남아 등 주요 지역 법인의 정상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