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출점 경쟁'…성장세 둔화
심야에 손님 '뚝'…매출 확보 안돼
무인 운영 한계…확장 가능성 낮아
편의점의 '무인화' 전략이 한풀 꺾였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절감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수익성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확장에 나서기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치솟더니
무인 편의점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빠르게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야 시간에 편의점을 찾는 유동인구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편의점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동안 최저임금은 쉬지 않고 올랐다. 통상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특성상 점주들은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은 인건비가 적게 들어가는 무인 점포 출점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앞서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무인 점포 수는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59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258개로 증가하더니, 2023년에는 686개가 됐다. 3년 만에 11배가량 확대된 셈이다.
낮에는 일반 점포와 똑같이 운영되지만, 밤에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넓혀보면 그 수는 더 많다. 심야에 문을 닫는 점포가 많은 이마트24가 하이브리드 매장을 전폭적으로 늘려나간 덕분이다. 실제로 2020년 447개였던 하이브리드 편의점은 2023년 3987개로 대폭 증가했다. 이 중 이마트24가 보유한 점포만 2293개였다. 나머지는 GS25가 734개, CU가 400개, 세븐일레븐이 560개였다.
이랬던 무인 점포는 지난해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출점이 정체된 상태다. 일반 점포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고객 유인이 어려워 매출을 내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인건비 절감을 제외하면 큰 메리트가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무인 점포는 GS25가 단 1곳을 늘린 게 전부였다.
하이브리드 매장 수도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했던 이마트24가 140개 가까이 폐점했다. 편의점의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GS25는 18개 증가하는 데 그쳤고, CU와 세븐일레븐은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사람 없어서 안 가요"
업계 역시 무인 점포가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점포와 달리 상권에 대한 제한이 없어 편의점 입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에 출점이 가능하다는 건 이점으로 꼽힌다. 다만 외곽은 물론 대학과 병원, 오피스 등 고객 방문이 한정적인 상권에는 대부분 무인이나 하이브리드 편의점이 들어서 있는 상태다.
이를 일반 도심에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편의점은 대면 서비스가 중요한 업종이다. 특수한 상황에 대한 대처나 신속한 재고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데다, 첨단 기술 도입으로 고객층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점원의 상주 여부에 따라 소비자 접근성이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류와 담배 판매가 어렵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류와 담배는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없어선 안 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사실상 무인 점포는 미성년자 여부를 대면으로 확인하는 절차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마트24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카드, 모바일 앱을 통한 이중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담배를 살 수 있는 무인 자판기를 소수 점포에 설치하기도 했다. 전체 무인·하이브리드 점포 중 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구매 절차가 복잡해 인근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익성도 낮은데 초기에 운영을 위해 투자해야 할 비용이 커서 꺼려질 수밖에 없다"며 "보안에 대한 리스크도 점주가 모두 감수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고기능 장비라던지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인 편의점이 정답이라는 말에 이견은 없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야 할 것"이라며 "아직은 시기상조가 맞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