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석유 구리 금 등 상품 가격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물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11% 하락한 배럴당 57.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가격이 6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유가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직후인 4월 3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됐다. 시장은 미국의 조치가 글로벌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전망에 빠르게 반응했다.
여기에 OPEC+의 공급 확대 방침도 유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OPEC+는 5월 증산 계획을 기존 하루 13만5000배럴에서 41만4000배럴로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요둔화와 공급과잉이 겹치며 유가는 이중의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8일 유가 전망을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WTI와 브렌트유의 2025년 12월 가격을 각각 62달러, 65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3주 전 전망치(67달러, 71달러)보다 5달러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글로벌 성장 둔화와 OPEC+의 감산 철회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하지만 미국 정부의 90일간의 관세유보 정책에 따라 유가는 이튿날인 9일 62달러선을 회복했다. 투자은행 UBS는 이날 “경기 침체 공포로 극도로 비관적이었던 분위기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남아 있는 관세는 석유 수요 전망에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안전자산인 금마저 흔들렸다.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값은 상승하지만, 이번엔 하락과 상승이 이어지며 출렁였다.
8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CME) 5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2977.80달러에 마감했다. 앞서 금은 온스당 32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4월 3일부터 7일까지 일시적 하락세를 겪었다. 글로벌 증시 급락과 함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들이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마진콜에 직면했다”고 전하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 매도를 금값 하락의 주된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하지만 관세 전면전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금값은 반등했다. 백악관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4%의 관세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직후 금값은 3000달러 선을 재돌파했다. 달러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9일 기준 달러지수는 101.652까지 내려갔다. 로이터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금값 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물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도 관세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 발표 다음 날인 4월 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은 하루 만에 3.64% 하락했다. 8일 기준 구리 선물 가격은 lb당 8644달러에 마감됐으며 전주 평균 대비 6.86% 하락해 15년 만의 최대 변동폭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투자전략가들은 2025년 구리 가격 전망치를 6% 하향 조정, 톤당 8867달러(파운드당 4.02달러)로 제시했다. BOA는 보고서에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규칙이 변화함에 따라 변동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90일 관세 유보 이후 구리값은 강세로 돌아서며 10일 8980달러선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