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R 안경용 초소형 디스플레이 만든다
2027년 레도스 양산 추진
마이크로LED 전담부서 출범
차세대 디스플레이 레도스 개발
작은 크기서 고해상도 화면 구현
8.6조 시장…애플 등 납품 목표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증강현실(AR) 안경용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레도스(LEDoS·LED on Silicon) 개발을 본격화한다. 레도스는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로도 불리는 디스플레이로 마이크로미터(㎛·1㎛=100만 분의 1m) 단위 LED 소자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붙여 만드는 고난도 제품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AR 안경을 출시하는 2027년으로 잡았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향후 메타, 애플 등 AR 안경 사업을 준비 중인 빅테크에 레도스 납품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 LED 개발 전담팀 출범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올초 레도스 디스플레이 개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CSS(화합물반도체솔루션스)사업팀 안에 레도스 개발을 맡을 수십 명 규모 마이크로LED 전담 부서를 출범시켰다. 삼성전자 LED 개발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윤석호 상무가 이끌고 있다.
레도스는 반도체 원판으로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 단위 LED 소자를 올린 초소형 디스플레이다. 작은 크기의 디스플레이에 초고해상도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레도스는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전력을 덜 쓰고 휘도(디스플레이 밝기 정도)가 높다. 이 때문에 한번 충전하면 오래 쓸 수 있고 주변이 밝은 낮에도 선명한 화면을 구현해야 하는 실외용 AR 안경에 적합하다. 애플, 메타 등 빅테크가 AR 안경에 레도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다.
◇AR 안경이 성장 주도
삼성전자가 레도스 개발에 뛰어든 것은 사업성이 크기 때문이다. 레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00만달러(417억원)에서 2032년 62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7년께 레도스를 본격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납품처는 삼성전자 MX사업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MX사업부는 내년에 디스플레이가 없는 1세대 스마트 안경을 내놓고 2027년 2세대 스마트 기기인 AR 안경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책자를 통해 레도스 사업을 소개하고 미래 사업으로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문서에서 “레도스 시장의 성장은 AR 안경이 주도할 것”이라며 “CSS사업팀은 고성장·고수익이 예상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AR 안경)용 레도스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메타·애플도 레도스 관심
MX사업부 납품 이후엔 애플, 메타 등으로 납품처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메타는 ‘오라이언(Orion)’이라고 이름 지은 AR 안경 시제품을 지난해 9월 공개할 정도로 AR 사업에 적극적이다. 오라이언의 디스플레이로 레도스가 채택됐다.
애플도 2027년 양산 목표로 AR 안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관심사는 AR 안경”이라며 “팀 쿡은 아이폰의 뒤를 이을 기기로 AR 안경을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레도스를 자체 개발하거나 외부 협력사와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가 레도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선 스마트 안경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 반도체 설계 전문인 시스템LSI사업부나 삼성디스플레이로 레도스 사업이 옮겨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논의되고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