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1,360원대를 찍으며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366.5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6일(1,364.5원)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과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환율은 지난 14일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1,420원대에서 1,390.8원까지 밀렸다. 이후 지난 16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21일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 등 충격이 더해지며 지난주 내내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환율은 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주 내내 하락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환율협상은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면서 원화가 강세 압력을 받았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 간 무역협정에서 통화 절상에 관한 입장은 통화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시장접근론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아시아 주요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관리돼야 한다는 게 미국의 핵심적 입장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역 수지 흑자 축소 관점에서의 접근은 궁극적으로 환율 절상 압박이 될 것"이라며 "시장이 이 부분을 사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환율 정책을 논의했다는 자체만으로 시장에 통화 절상 기대를 형성하기에는 충분하다"며 "미국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조치가 없더라도, '절상 압박'이나 '환율 협의' 같은 뉴스나 루머 그 자체가 시장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달러 약세도 두드러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장 중 99.042까지 내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우려로 달러 자산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장 신뢰를 훼손한 측면도 있지만 미국 재정적자 문제도 시장 심리의 임계점을 넘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후 미 정부부채 증가 우려가 부각됐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1일(현지시간)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미 국채 경매에서 20년물 국채의 표면 금리는 2020년 20년물 재도입 후 최고인 5%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중심으로 50원 내외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주요 이벤트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책 등을 꼽았다.
서정훈 수석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예상되나 대내적으로는 대선 이후 국내 경제 모멘텀이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1,350원대까지 아주 점진적인 계단식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