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글라스 인터포저 전환
첨단 패키징 로드맵 첫 확인
AI 통합 솔루션 미래전략 강화
삼성전자가 2028년 반도체 제조에 유리기판을 도입한다. 유리기판은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 구현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 대비에 착수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8년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유리기판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글라스 인터포저'로 대체하는게 골자로, 삼성전자 유리기판 로드맵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고객사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 실리콘 인터포저를 글라스 인터포저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중간 기판으로 불리는 인터포저는 AI 칩 필수 요소다. AI 반도체는 중앙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두고 주변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배치하는 2.5D 패키지 구조로, GPU와 HBM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인터포저가 담당한다.
현재 인터포저는 실리콘으로 만든다. 고속 데이터 전송과 열 전도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소재가 비싸고 공정 비용이 높아 제조 단가가 비싸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글라스 인터포저다. 초미세 회로 구현이 용이해 반도체 성능을 더 끌어 올릴 수 있고, 생산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인터포저와 메인기판을 유리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는데, 메인기판보다 인터포저를 유리로 바꾸는 것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AMD가 2028년 자사 반도체에에 글라스 인터포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라스 인터포저를 도입하는 건 AI로 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기술을 준비해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시스템 반도체나 고대역폭메모리(HBM)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유리기판 공급망을 준비하고 있는 게 포착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2월 7일자 1면〈삼성전자, 반도체 유리기판 직접 뛰어든다〉)
삼성전자는 글라스 인터포저를 유리 원장이 아닌 칩 크기에 맞춘 '유닛' 단위로 활용하기 위해 공급망 업체와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유리기판은 510×515㎜ 크기 원장에서 공정 후 이를 칩 크기에 맞춰 잘라 쓰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인텔·앱솔릭스 등이 이같은 방식으로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100×100㎜ 이하 유리에서 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구현 및 시제품 생산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이라며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행보”로 분석했다. 다만 실제 대량 생산 시 크기가 작다보니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외주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글라스 인터포저를 천안 캠퍼스에서 반도체와 패키징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구축된 패널레벨패키징(PLP) 라인을 활용할 방침이다. PLP는 둥근 웨이퍼에서 패키징하는 웨이퍼레벨패키징(WLP) 대신 사각 패널에서 패키징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이 높고 유리기판에 적합한 공정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글라스 인터포저를 앞세워 'AI 통합 솔루션'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작년 삼성 파운드리포럼에서 파운드리·HBM·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미래 전략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유리기판까지 더해 파운드리·패키징 경쟁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