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익숙한 새로움'으로 경기·내수침체 극복 안간힘
경기침체와 내수위축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가 과거에 큰 인기를 얻었던 제품들을 다시 내놓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며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이른바 '뉴트로(New+Retro·신복고)' 전략인데, 옛 브랜드명을 살려 그대로 재출시하거나 이름이나 맛을 지금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리뉴얼하는 방식을 말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재출시한 '농심라면'의 판매량이 1200만개를 돌파했다.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해 단기간에 1200만개 이상 판매한 건 이례적이다. 1975년 출시된 농심라면은 1978년 기업 이름을 롯데공업주식회사에서 농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만큼 인기가 많았다. 소비자에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로 잘 알려져 있다. 농심라면은 50년전 당시 레시피(조리법)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맛과 품질은 현재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개선했다.
농심의 '메론킥'도 인기다. 지난 4월말 출시 후 한달동안 약 350만개 팔렸다. 농심이 1978년 출시한 '바나나킥'에 이어 47년만에 선보이는 '킥(Kick)' 시리즈 신제품이다. 바나나킥처럼 바삭하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식감을 살렸다. 고유의 휘어진 곡선 모양으로 만들어 킥 시리즈 정체성을 유지했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1988년 출시한 발효유 제품 '슈퍼100'을 이달 초 재출시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슈퍼100은 1990년대를 관통하는 메가히트 제품이다. 소비자들에겐 '떠먹는 요구르트'의 대명사로 통한다.
롯데웰푸드도 30여년 만에 '치토스 돌아온 체스터쿵' 새콤달콤 딸기맛을 새롭게 선보였다. 체스터쿵은 1990년대 중반 출시돼 치토스의 마스코트인 '체스터'의 발바닥을 형상화한 독특한 모양과 달콤한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과자다. 오리온 역시 1990년 출시한 츄잉캔디 '비틀즈'를 재단장한 'All New 비틀즈'를 다시 팔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품력을 강화했다.
주류업계에서도 뉴트로 열풍이 거세다. 오비맥주는 1960년대 'OB맥주' 디자인의 레트로 제품을 이달 초 내놨다. 이 제품은 오비라거의 초창기 디자인을 복원한 것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OB맥주' 브랜드의 정통성과 감성을 표현했다. 하이트진로는 추억의 아이셔 캔디와 협업을 통해 '핵아이셔에이슬'을 출시했다. 상큼한 소주 맛이 특징인 이 제품은 MZ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보니 업계에선 '익숙한 새로움'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2030 젊은세대에겐 복고풍의 감성을 전달하고, 4050 중장년 세대에겐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켜 공감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잘 아는 브랜드란 장점 때문에 광고·선전에 많은 비용을 쏟지 않아도 돼 수익에 도움이 된다. 식품업계에선 신제품을 출시할 때 소비자들에게 새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개발비 이상의 많은 판촉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식품기업들은 불황이 지속될 경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 출시 대신 비용이 적게 들며 시장에서 실패할 위험이 적은 뉴트로 상품 발굴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많았던 제품에 지금의 감성을 더해 재출시하는 뉴트로 상품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며 "각종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품들이 꾸준히 재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