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까지 자국화
中 반도체 경쟁력 美도 위협
전문가 "韓 입지 크게 줄 것
정부 차원서 인력 양성 필요"
'중국제조 2025'(메이드 인 차이나 2025)로 10년 간 미국을 위협할 수준까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인 중국이 이번엔 '반도체 완전독립'을 위한 새로운 10년 계획을 선언한다. 반도체 완제품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까지 자국산으로 만들어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견제수단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전략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 후 만 10년이 된 '중국제조 2025'의 후속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반도체 제조 장비를 포함한 첨단 기술을 우선순위에 둘 예정이다.
중국은 앞서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10년 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전기자동차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드론, 태양광, 디스플레이 등 주요 첨단 제조업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만들어냈다.
중국 정부는 반덤핑 등 통상문제를 고려해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규모를 대외에 알린 적이 없다. 하지만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주요 산업체에 제공한 세제 혜택은 2018~2022년 연평균 29%씩 늘었고, 2022년 한 해 이뤄진 세제 혜택만 1850억달러(약 250조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중국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을 탄생시키진 못했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도 있지만, 그보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강력한 견제가 더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의 첨단제조 성장을 차단하기 위해 자국 기업은 물론 우방국까지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AI칩 시장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하는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수출을 차단했고,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장비인 네덜란드 ASML의 EUV(극자외선노광장비)의 중국 유입까지 막았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TSMC에도 같은 압력을 가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한국은 물론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수출 통제가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AI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게 만들었다"고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을 지경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분석에 따르면 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중국 94.1%, 한국 90.9%),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중국 83.9%, 한국 81.3%),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중국 88.3%, 한국 84.1%), 전력반도체(중국 79.8%, 한국 67.5%)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이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중국이 15억 인구라는 거대한 시장을 앞세워 반도체 장비 자급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한국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중에서도 장비 분야는 생태계가 제일 취약한 분야"라며 "중국이 장비 단위에서도 자립화를 이루면 국내 주요 장비 기업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 역시 "결국 반도체 소부장 경쟁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겨내기 어렵다"며 "소부장 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여러 지원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