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율 25 → 50% 예고'
대미 車 수출, 3개월 연속 두 자릿 수 감소
새 정부 출범 후 ‘7월 패키지’ 협상 결과 주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 관세 조치 영향으로 대미 자동차·철강 수출이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외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하고 있는 25%의 관세율을 오는 6월 4일부터 50%로 두 배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철강 수출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주 대통령 선거 이후 출범하는 새 정부로선 ‘7월 패키지’를 조속히 타결해 국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국 자동차 수출은 18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지난 3월(-10.8%)과 4월(-19.6%)에 이어 3개월 연속 수출이 두 자릿 수 이상 줄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10% 가까이 줄었다. 지난달 차부품 수출액은 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 줄었다.
미국의 관세 조치로 수출 물량 자체가 줄었고, 현대자동차의 조지아 신공장 가동으로 현지 생산 비중이 늘면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12일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품목관세를 부과했다. 4월 3일부턴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 관세 부과 전날엔 국가별 상호관세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엔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관세 15%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국가별 상호관세 15%는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됐지만, 기본 관세 10%는 부과하고 있다.
품목 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의 대미 수출액은 2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6% 줄었다. 공급 증가로 글로벌 철강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고, 미국의 관세 조치로 대미 수출 장벽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외에도 반도체와 일반기계 수출도 각각 17.6%, 5.6% 감소했다. 반도체 대미 수출은 관세 부담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1분기에 선구매를 하면서 재고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수출이 줄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주요 품목 중에선 석유제품과 이차전지가 대미 수출 호조세를 보였다. 미국 내 정제시설 축소로 국산 석유제품 수요가 늘었고, 미국 자동차 공장으로의 이차전지 공급 확대로 두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 수출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은 104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4% 줄었다. 생산설비 점검에 따른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유화학 수출이 줄었고,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일반기계 수출이 감소했다고 산업부는 진단했다.
5월 수출입 동향에 대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 및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세조치 관련, 미 정부에 우리측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여 상호 호혜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7월 8일 전까지 포괄적 관세 패키지를 체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지난달 20~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2차 기술협의에서 양국은 ▲균형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미측이 제기한 분야별 이슈 중심으로 집중 논의했다.
다음 실무 협의는 대선 이후인 6월 9일 주간으로 예상된다. 정부 통상당국자는 “구체적 일정에 대해선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결정될 것”이라면서 “3차 기술협의는 미국 측이 제기한 것과 관련,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대응할 것이어서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로선 출범 직후 통상 기술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역업계에서는 새정부의 통상 정책과 향후 협상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3차 기술협의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