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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완화로 단기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달러 약세 가능성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다. 투자 전략으로 글로벌 분산과 대체자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양자 회담 중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왼쪽)과 중국 허리펑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양자 회담 중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왼쪽)과 중국 허리펑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스캇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은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이틀간의 무역 협상 끝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관세율 인하를 발표했고, 투자자들의 우려도 한풀 완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연초 이후 하락 폭이 컸던 미국 증시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시작 당시 수준을 회복했다.

 

이번 협상 전까지 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125%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었고, 이는 많은 부문에서 사실상 교역 단절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그에 따라 대중국 수입이 많은 미국에서는 중국산 소비재 공급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과 그에 따른 소비 물량 감소가 우려됐다. 즉,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중국도 물론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 그렇지 않아도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제조업이 더 위축될 위기에 직면했다.

 

파국 피한 美·中, 주가도 연초 회복

이런 압박들이 당초 시장에서 형성된 회의론적 시각을 넘어서는 약간의 파격적인 합의를 도출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145%는 30%로, 125%는 10%로 낮아졌다. 다만, 이렇게 낮아진 관세율은 잠정적인 것으로 유효기간 3개월짜리다. 이에 대해 긍정적 평가, 부정적 평가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중 관세율 인하
미중 관세율 인하

긍정적 관점에서는 미·중 양국이 파국적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 절대 양보할 것 같지 않았던 미국이 당장 얻는 것 없이도 양보했고, 이런 유연성은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내지 리세션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믿게 하는 의미가 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지난 3~4월 같은 주가 급락세를 다시 한번 경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부정적 관점에서는 이 합의가 90일에 불과한 잠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로서는 향후 경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업 투자 활동은 대체로 저조할 것이고, 90일 이후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하는 액션들을 많이 취한다면 경제 지표 왜곡 현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리고 관세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 30%가 무시할 만한 수치도 아닌 듯하다.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는 중국산 소비재들에 부과된 관세는 대부분 소매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상승은 불가피해지고 가계의 실질적 구매 능력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 주식에 계속 머물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예전 수준으로 관세가 되돌아가지 않는 한 가계와 기업들은 그동안에 비해 좀 더 높은 비용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 삼아 행하는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 추구와 다자주의 경시는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신뢰도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향후 우리의 주식 투자와 자산 배분 전략에 중요한 함의를 내포한다.

 

미국 주식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에게 큰 수익 기회를 주었고, 그래서 여전히 많은 투자가들은 미국 주식에 머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 관점이든 중장기적 관점이든 미국 주식이 직면한 도전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리는 크게 세 가지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S&P500 지수가 미·중 상호 관세 충격으로 인한 급락 전 수준을 회복했는데, 아직 양국 협상은 진행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중국의 시장 개방 요구에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의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대중국 관세 인상을 다시 한번 압박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미국 주가 복원이 조금 급해 보인다.둘째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 부담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주식은 2023~2024년 2년 동안 연평균 20%가 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또한 계속 커져 왔는데, 미국 주식에 부여된 프리미엄의 밑바탕에는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주도력에 대한 시장의 깊은 신뢰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딥시크 AI, 비야디(BYD) 자율주행 등 올해 초 중국에서 연이어 확인된 성과는 더 이상 AI 혁신이 미국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유발함과 동시에,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을 조금이라도 할인해야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약 달러 가능성…미국 외 분산투자 필요

중국이 본격 가세하면서 AI 기술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AI 투자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전반적인 스탠스다. 과소 투자로 뒤처질 위험에 직면하기보다는 과잉 투자를 선택하겠다는 것이 낫다고들 말한다. 관련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미래의 일이고 당장은 마진 하락 압력이 우세할 것이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대로 관세 인상으로 미국 기업들의 비용 구조가 과거에 비해 불리해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높아진 마진 축소 리스크는 당연히 주식에 불리하다.

셋째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정치외교적 신뢰 저하 등은 동시에 달러 약세를 유발할 가능성, 다르게 말하면 미국 외로 머니 무브를 유발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달러의 긴 역사를 보면, 미국이 경제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을 때 또는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을 때 강세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그렇지 않을 때 약세 기조를 유지는 경향이 있어 왔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1970년대 달러 약세의 경험이다. 당시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이를 메꾸기 위한 통화 남발,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가 달러에 대한 신뢰도 추락을 유발한 바 있는데, 지금도 대규모 재정수지 적자와 무역 적자, 그리고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가 야기하는 미국 신뢰도 저하가 약달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경험적으로 미국 주식은 달러가 강할 상대적으로 절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달러 약세 기조일 수익률이 저조했다. 1970년대와 2000년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 투자 대안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1970년대에는 일본을 위시해서 홍콩, 태국 아시아 신흥국이 10%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2000년대에는 브릭스(BRICs) 4개국 주식이 모두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있다(2002~2008 금융위기 직전까지 기준).달러의 방향은 투자의 방향을 결정해 왔다. 달러가 견고한 추세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계속 강해지는 데는 한계가 있고, 만약 예상대로 약해진다면 미국 주식 수익률이 현저히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 테크 주식 중심의 쏠림을 완화하고 미국 외로 분산을 강화해야 한다. 대안으로서, 저평가돼 있으면서도 테크 산업 적극 육성 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중국 주식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고, 인도 주식 또한 강력한 내수 성장세를 계속 누려 나갈 가능성이 긍정적이다. 물론 주식 분산투자도 중요할 것이며 , 한국 채권 등이 수익성과 자산 전반의 안정성을 제고할 핵심 수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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