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 마이크론, 엔비디아에 '제2의 HBM' 단독 공급
메모리 3사 시장 '지각변동'
'빅3' 중 마이크론만 양산 승인
비결은 발열 잡는 기술력
저전력 D램 대세…소캠 수요도↑
마이크론, 잇따라 대형 물량 따내
올초 갤S25 D램 1차 공급자 선정
저전력 기술로 HBM 공략 가속
삼성·SK 점유율 빼앗을지 주목
엔비디아가 차세대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 첫 공급사로 마이크론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저전력 D램(LPDDR5X)을 쌓아 제작하는 소캠은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불릴 정도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엔비디아 납품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업계 ‘만년 3위’인 마이크론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저전력 D램 기술을 앞세워 엔비디아를 가장 먼저 뚫었다는 점에서 향후 ‘메모리 3강’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마이크론 D램 성능 우수”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곳에 소캠 개발을 의뢰했는데, 이 중 마이크론 제품 양산을 가장 먼저 승인했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고안한 메모리 모듈로, LPDDR5X를 16단으로 쌓아 4개씩 묶은 제품이다.
HBM이 인공지능(AI) 가속기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하는 D램이라면 소캠은 중앙처리장치(CPU)에 따라붙는 D램이다. 전체 시스템을 관장하는 CPU에 붙지만 주 역할은 AI 가속기가 최고 성능을 내도록 측면 지원하는 것이다. 소캠은 내년에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들어갈 예정이다.
D램을 수직으로 뚫어 연결하는 HBM과 달리 소캠은 16개 칩을 구리선으로 연결하는 와이어본딩 방식으로 제작한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각 D램의 발열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마이크론은 최신 저전력 D램의 전력 효율이 경쟁사보다 20% 높다고 홍보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서버에는 소캠 모듈 4개가 장착된다. LPDDR5X 칩 수로 계산하면 256개에 이른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이르게 납품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뒤늦게 도입한 것을 꼽는다. EUV로 손쉽게 D램 성능을 높인 경쟁사와 달리 설계구조 혁신을 통해 메모리 성능을 향상하는 과정에서 저발열 기술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 HBM 역전 노리는 마이크론
업계에서는 소캠의 확장성에 주목한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개인용 슈퍼컴퓨터 ‘디지츠’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용 슈퍼컴퓨터가 대중화하면 소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된 걸 보여주는 사례는 소캠뿐이 아니다. 마이크론은 올해 나온 갤럭시S25 시리즈에서 삼성 반도체를 제치고 저전력 D램의 초도 물량을 대부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삼성 스마트폰의 ‘1차 메모리 공급자’가 된 건 처음이다. 2022년 LPDDR5X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아이폰15 시리즈에 장착한 것도 마이크론이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저발열 기술을 활용해 HBM 점유율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HBM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적층하는 D램이 늘어나는데, 적층엔 필연적으로 열이 동반된다. 메모리 3사는 올 하반기 HBM4 12단, 내년 상반기 HBM4 16단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한 장비업체 대표는 “마이크론이 HBM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발열 기술과 미국 기업이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언제든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10조원 규모 싱가포르 공장을 포함해 일본 히로시마, 미국 뉴욕주, 대만 타이중에 HBM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설비투자에만 140억달러(약 19조원)를 편성했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이미 대형 고객사에서 생산 물량을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