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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술·세제개편·입지 '배터리 3대 축' 윤곽
정책 환상보다 구조 정화 시급…'韓 IRA' 시험대
"초격차 '물량전' 옛말…설계·검증·선택의 시간"

4일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배터리 르네상스'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 지원 △세제 개편 △지역 균형 전략 등 전방위 대책이 후보 시절 공약을 중심으로 구상되는 단계죠. 배터리 초격차를 되살려 한국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 구체적 이행 방안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일각선 "이미 산업 생태계 전반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 단순 재정 투입만으로는 반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기술 검증 없이 반복되는 단기 지원은 오히려 산업의 체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밀 설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의 뿌리부터 진단하고 체계를 바로잡는 '구조 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목소리입니다.

 

실제 수치도 위기의 실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등록 대수는 580만대를 넘어 전년 동기 대비 34.6% 늘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17.9%로 주저앉았습니다. 1년 새 4.6%포인트(p) 하락한 수치입니다.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도 39.0%로 5.1%p 급감했죠.

 

반면 중국 CATL과 BYD는 내수와 수출을 동시 공략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CATL은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기준 점유율 38.1%로 1위, 비중국 시장에서도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BYD는 127.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중이고요. 이들은 헝가리와 태국 등에서 현지 공장을 세우며 관세 및 보조금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 북미·유럽 시장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변화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변화

 

전고체·세액공제·삼각벨트…이재명 정부 3대 축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서부터 배터리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주요 공약으로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실증 및 상용화 △국내 생산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배터리 산업 삼각벨트 구축 등이 꼽히죠.

 

특히 전고체 배터리와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을 병행 지원하겠다는 구상은 현 정부가 산업 생존 전략 일환으로 내세우는 접근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높아 전기차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휴머노이드·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셀·전해질·리튬메탈 음극재 등 관련 소재의 국산화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제 개편인데요.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적자 기업이 세액공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로,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산업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생산세액공제 및 이월공제 기준 조정을 검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세액공제를 환급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죠.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가 중소·중견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전략기술의 R&D 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30~40%에 이르지만, 실제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향후 세부 설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배터리 산업 관련 공약
이재명 대통령 배터리 산업 관련 공약

공급망 측면에선 배터리 핵심 소재와 원료광물 확보를 위한 정책금융 및 안정화 기금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현지에 생산거점을 빠르게 확장해 왔지만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원재료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정원석 iM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와 ESS뿐 아니라 휴머노이드나 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전원 기술"이라며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배터리 셀과 소재 기업들이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후 자금 조달 압력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한국판 IRA 도입과 정책금융 확대가 이뤄질 경우, 국내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반등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 체계 전환도 추진될 예정입니다. △에너지 고속도로와 연계한 ESS 보급 확대 △분산형 전력망 구축 △사용 후 배터리의 재제조·재활용 생태계 정비 등이 핵심인데요. 공공 부문이 선제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제품을 구매하고, 이력관리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서 배터리 삼각벨트 구상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충청·영남·호남을 각각 △배터리 제조 △핵심 소재 및 수요 대응 △원료 광물 및 양극재 공급의 중심지로 삼아 핵심 기능을 분산 배치하고, 여기에 전력·용수·인력 등 산업 기반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K-배터리, 체력보다 체면 앞섰다

 

다만 현 공약들이 무너진 산업 구조의 회복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일각선 기술의 실현 가능성과 시장 구조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반복되는 단기 재정 지원만으로는 산업 기반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위기가 구조화된 상황서 무조건적인 자금 투입보다 정밀한 구조 설계와 기술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 공약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배터리 관련 공약이 가장 구체적이었고 배터리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삼은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전반적인 공약의 틀 안에 전 정부 말기에 루틴하게 반복됐던 낡은 관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 및 경제성 관련 충분한 검토 없이 단기 지원이 반복되고, 기술력보다 정치적 시점이 우선시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입니다.

 

박 교수는 지금의 배터리 산업을 단순 수치 경쟁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봤는데요. 그는 "미국 테슬라가 사실상 산업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훨씬 앞서 있으며 일본도 다시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한국이 과거처럼 쏟아붓는 방식의 단기 재정 지원, 이른바 '물량전'으로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환상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던 시절에는 '물량전'이 일정 부분 통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일본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지만 한국도 단기 지원과 집중 투자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시장 구조나 재정 여건에서 양국 간 격차가 크지 않았기에 따라잡을 수 있는 창이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판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막대한 자본과 인허가 및 수요까지 총동원하며 시장 자체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한국은 시장 중심 구조에 기반해 정책의 일관성이나 재정 여력 모두에서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현실을 하나의 비유로 풀어냈습니다. "어느 집 아이 성적이 떨어지자 부모는 무리해서 강남으로 이사를 해요. 생활 여건은 빠듯한데 교육비는 자산가들과 맞추려다 결국 삶이 흔들리고, 아이는 성적도 오르지 않은 채 열등감만 커지는 거예요. 지금 한국 배터리 산업의 구조가 이와 닮았어요."

 

무분별한 지원은 독…"자금보다 진단 먼저"

 

그렇다고 해서 지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박 교수는 "아이가 정신 바짝 차리고 진심으로 공부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때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지금의 한국 배터리 산업이 여러 잠재적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이재명 정부의 공약에 이를 충분히 인식한 흔적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무분별하게 돈을 넣으면 결국 산업이 흔들리고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대전환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무작정 자금을 투입할 때가 아니라 구조부터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술 실현 가능성을 냉정히 따져보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정책 실패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정책·시장 모두 역방향으로 밀린 '역초격차' 상태란 점을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부 관계기관 중심의 기존 정책 수립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전문가와 산업 현장 인물 중심의 실행 구조로 전환해야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제언했습니다. 기술 검증을 통과한 분야에 한해 단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이에 연계해 R&D 투자 확대·세제 개편·산업단지 인프라 강화 등 후속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배터리 초격차를 이어갈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을 있지만 고성능 이차전지,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한국 산업의 근간이 있다" "설령 세계 3위로 밀려나는 일이 있더라도 와신상담해야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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