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 발의
발행기준 ‘50억→5억’으로 대폭 완화
더불어민주당이 5억원 이상 자기자본금을 충족하는 국내 법인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10일 발의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발행 근거를 마련하고, 자율규제를 제도화해 가상자산 시장을 더 키워 나가겠다는 취지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이제 금융의 주변부가 아닌 글로벌 경제질서를 바꾸는 핵심 요소”라며 “이 법으로 인해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며 원화 또는 외화 가치와 연동돼 환불이 보장되는 구조로 규정했다. 금융위원회의 사전 인가를 거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데,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고객 자산이 보호되도록 기업 자산과 준비금을 분리하는 ‘도산절연’ 장치를 갖추도록 했다. 테더, 서클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같이 발행 물량에 맞춰 일대일로 준비금을 마련해 두도록 하고 보안을 위한 각종 물적, 인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주목할 점은 발행 요건 허들이 크게 낮춰졌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초안에서 ‘자기자본 50억원 이상’이었던 기준은 이번 발의안에서 ‘5억원 이상’으로 완화됐다. 핀테크 등 비은행에도 문호를 열어 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뉴욕증시에 상장 후 사흘 만에 주가가 270% 급등하는 등 시장 기대감이 반영된 흐름과도 맞물린다.
그러나 ‘최소 자본금 5억원’ 규정은 지나치게 완화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발행 요건이 낮아지면 스테이블코인 업체가 무분별하게 난립할 수 있고, 이 경우 당국이 ‘코인 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같은 금융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대부분의 핀테크 업체는 은행이 기본적으로 갖춘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확인(KYC) 시스템이 미비해 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비은행 기관에 의해 발행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은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