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넘어 결제수수료 인하 압박 번질지 관심
금융위, 상반기 공시규제 강화시사…"일괄규제 부적절"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간편결제 업계가 결제 수수료 규제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간편결제 및 전자지급 결제대행(PG) 업계는 새 정부가 예고한 플랫폼 수수료 규제 정책에 결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새 정부는 배달 앱의 중개 수수료 차별 금지 및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관심은 가맹점주가 배달 앱에 내는 중개 수수료에 더해 간편결제 업체들의 결제 수수료율까지 포함될지 말지다. 만약 포함된다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만을 겨냥할지, 수수료율 의무 공시 대상인 월평균 거래액 1000억원 이상 11곳 모두에 적용할지도 쟁점이다.
핀테크(금융+기술)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수수료 정책은 배달 앱 중개 수수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배달 앱 이외 간편결제 업체에도 일괄적으로 결제 수수료율 인하 정책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PG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카드사의 신용·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 정책과 마찬가지로 적격비용(원가) 산정 체계가 도입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간 정부는 간편결제 업체 수수료율 공시 규제 강화를 시사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업계 수수료율 책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입을 최소화하고 업계 자율 조정을 유도해왔다.
이에 업계는 가맹점주와 고객 항의를 수용해 매 반기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해왔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연매출 영세·중소 가맹점 대상 간편결제사 9곳(3월 공시대상에 추가된 토스페이먼츠, KG이니시스는 제외)의 평균 카드 결제수수료율, 선불전자지급수단(선불) 결제수수료율은 각각 1.60%, 2.02%다. 카드 수수료율은 2023년 3월 1.75%, 2023년 8월 1.70%, 지난해 2월 1.69%, 지난해 8월 1.66%, 3월 1.60%로 낮아졌다. 선불 수수료율은 같은 기간 2.20%, 2.17%, 2.11%, 2.10%, 2.02%로 하락했다. 선불 수수료율은 간편결제 업체 앱 등을 통해 미리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결제 방식에, 카드 수수료율은 앱에 등록한 신용·체크카드 연동계좌 인출 결제에 각각 적용한다.
간편결제·PG 업계는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 체계와 간편결제 수수료율 시스템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원회가 3년마다 조정하는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은 오프라인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이고, 간편결제 업체 수수료율은 온라인 업체 대상 수수료여서 직접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재산정 원칙을 적용하면서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원칙을 적용해왔는데, 간편결제 업체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 수수료율을 낮추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규율하려 하는 (배달 앱의) 중개 수수료와 (간편결제 업체의) 온라인 간편결제 수수료는 명백히 다른 체계고, 수수료 수준도 다른 만큼 업권별 '핀셋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범용 페이 수수료와 자사 사이트에서만 사용되는 배달의민족 등 폐쇄형 페이를 한데 묶어 간편결제 업계 전체의 수수료율이 높다고 판단하는 논리에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PG 업계 관계자도 "간편결제 수수료율 공시 대상 업체 중에서도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과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업체 간 사업 내용과 가맹점 제휴 규모가 다른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업계 전체의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들어올까 걱정된다"며 "일괄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 도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신금융 업계는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보다 간편결제 업체 결제 수수료율이 높은 만큼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편결제 업체 수수료율은 업계 자율에 맡기는 반면 카드사 우대 수수료율은 당국의 개입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간편결제 업체 수수료율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카드사의 신용판매(신판) 영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3월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공시한 간편결제사 9곳의 평균 선불 수수료율은 2.02%로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 평균치 1.00%보다 2배가량 높다.
여신금융 업계 관계자는 "동일업무·동일규제라는 측면에서 카드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간편결제 업자들에 카드사에 적용되는 규제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 상한 적용은 구분해서 논의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간편결제·PG 업계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간편결제사들이 카드 업계에 비해 자유롭게 수수료를 정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새 정부의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별개로 간편결제 업권 공시 규제를 강화해 결제 수수료율 하향 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수료율 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의무 공시 항목을 늘려 업권의 자율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8일 올해 업무계획에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개선안을 상반기 중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선불 결제수수료율, 카드 결제수수료율 등 기존 공시 항목에 건전성·수익성 지표를 추가할 방침이다. 다만 발표 시점은 상반기 말(6월30일)보다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새 정부 업무보고에도 해당 안이 들어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