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펨토초' 기술을 도입한다. 1000조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에 고출력 레이저를 쏴 반도체 웨이퍼를 자르는 기술을 통해 성능과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HBM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삼성전자의 시도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천안캠퍼스에 펨토초 레이저 기반 웨이퍼 절단 장비를 반입했다. 천안캠퍼스는 삼성전자가 HBM을 만드는 패키징 거점이다.
HBM은 회로를 새긴 D램을 웨이퍼 상태로 쌓은 뒤 잘라서 만든다. 이 절단 공정에 펨토초 레이저 장비가 처음 도입됐다.
펨토초 레이저는 1000조분의 1초 단위로 레이저 펄스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기존 기계적 방식(다이아몬드 휠)이나 나노초(10억분의 1초) 레이저 대비 매우 정밀하게 웨이퍼를 절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절단 선폭이 매우 얇아 기존 웨이퍼 회로나 배선에 영향을 주지 않고, 이물도 최소화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또 웨이퍼를 자르는 길을 그리는 공정(그루빙) 없이 한번에 절단할 수 있어 생산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HBM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천안캠퍼스에 펨토초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 'HBM3E'부터 펨토초 레이저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제 막 장비가 도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실제 타깃하는 제품은 6세대 HBM인 'HBM4'가 유력하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는 삼성전자가 웨이퍼 절단 공정을 대대적으로 전환해 수율 향상 등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자 '근원적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D램 설계부터 HBM 제조까지 전방위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기술 혁신을 추진 중이다. 필수 공정인 절단에서는 펨토초 레이저를 돌파구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작년부터 펨토초 레이저 도입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펨토초 장비를 대량 구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가 상당해 공급 경쟁이 불붙는 분위기다. 초기 물량은 국내 레이저 가공 업체인 이오테크닉스가 구매발주(PO)를 받아 순차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펨토초 레이저 장비 수십대를 추가 반입할 예정이다. 추가 물량은 이오테크닉스와 일본 디스코가 경합을 펼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디스코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외 최신 D램과 시스템 반도체까지 펨토초 레이저 장비로 웨이퍼를 절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앞으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