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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교 60주년
(3·끝) 한국 투자 멈추지 않는 日 소부장 기업

"K반도체와 손잡아야 생존"
日의 韓투자 375% 폭증

삼성·SK 겨냥한 '日투자 봇물'
후지필름, 평택에 레지스트 공장
스미토모·도쿄일렉트론도 '러시'

"韓은 응용, 日은 기초기술 강해
혁신상품 제조 선순환 계속될 것"

 

“한국은 많은 고객(제조사)과 풍부한 인프라,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세계 1위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사인 일본 이비덴그라파이트의 서재현 한국법인장은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에 이비덴의 한국 투자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비덴은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 내 공장에 650억원을 투자해 등방성 인조흑연(그래파이트) 생산능력을 연 3600t에서 5400t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그래파이트는 열과 화학약품에 내성이 강한 소재로 반도체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 사용된다.

 

◇日 기업, 韓직접투자 375% 증가

이비덴뿐 아니다. 후지필름, 도레이그룹, 도쿄일렉트론, 동우화인켐, JSR마이크로 등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이 지난해 한국에 직접투자를 늘렸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늘린 건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응용기술, 일본은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강한 만큼 한·일 기업이 손을 잡으면 더

일본의 한국 직접투자
일본의 한국 직접투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액 기준 345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그 뒤엔 일본 기업이 있었다. 일본 기업의 지난해 한국 직접투자는 61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75.6% 급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직접투자가 각각 14.6%, 18.1%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올해 1분기(12억3100만달러)에도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한국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최강자가 있다. 일본 소부장 기업이 한국 투자를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한국 기업이 인공지능(AI)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늘리면서 일본 기업의 관련 투자도 증가했다. 후지필름은 작년 6월 경기 평택에 국내 최초 컬러레지스트 공장을 준공했다. 컬러레지스트는 반도체의 일종인 이미지 센서를 제조할 때 필요한 소재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자회사 동우화인켐은 작년 4월 3380억원을 투자해 전북 익산 제3산단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관련 생산 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고순도 화학약품을 제조하는 이 회사는 1991년 한국 진출 이후 익산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연구 시설도 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작년 10월 경기 화성에 세 번째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고, 올해 7월엔 용인에 추가로 R&D 센터를 짓기로 했다. 김태형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대표는 “일본 기업들이 첨단소재, 장비 개발을 위해 한국 내 연구시설을 신규 설립·확장하는 등 지근거리에서 발 빠르게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레이, 한국에만 5조원 투자

일본의 한국 직접투자는 1965년 수교 이후 2012년까지는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이듬해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이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소재 확보를 위해 현장을 뛰어다녀야 했을 정도다. 수출 통제 이후 한국 기업들은 일본 소부장 업체의 한국 직접투자를 유도했다. 일본 기업도 수출 통제를 피할 수단으로 한국 투자를 늘렸다.

 

한·일 간 정치 갈등에도 경제 협력을 이어간 일본 기업이 적지 않다. 일본 도레이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는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인 1963년에 한국에 진출해 한 번도 철수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한 금액만 5조원에 달했다. 김영섭 도레이첨단소재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명경영을 통해 한국의 산업 발전과 수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원칙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는 시기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미래산업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위해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리타 기요타카 게이단렌 국제협력본부장은반도체산업은 양국이 서로 강한 분야가 다른 만큼 협력해서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한국 기업이 일본의 첨단 소재로 혁신적인 상품을 제조할 있는 선순환이 계속될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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