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운드리 산업이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2030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다. 파운드리 후발주자로만 여겨졌던 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은 최근 발간한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이 세계 파운드리 생산능력 중 2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1위 대만 23%에 이은 두 번째다. 한국은 19%로 3위를 차지했고, 일본(13%), 미국(10%), 유럽(8%) 등이 뒤를 이었다.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반도체를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주문 물량이나 가동률, 실제 출하 규모와는 별개로 생산 가능 규모만 의미한다.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은 고부가 반도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쉽게 말해 고가의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높은 수율로 양산해야 수익이 높고 업계 선두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아직 고부가 제품 양산 경험이 적지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중국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키우는 건 반도체 자급률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 반도체 수요는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으로 해외 위탁생산이 쉽지 않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에 생산시설을 늘려, 산업과 공급망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는 의도다.
욜 그룹은 “미국이 반도체 무역 전쟁을 시작한 이후, 중국은 독립적인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중국이 빠르게 파운드리 시장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년 대비 중국 파운드리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고 점유율은 어떻게 변했는지 구체적 통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파운드리 산업은 미세 공정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도 전진하고 있다. 중국에서 매출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0위권 안에 든 기업은 SMIC·화홍반도체·넥스칩 3곳이다. 이중 10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이 가능한 SMIC는 2022년 이후 매년 10조원 안팎의 자본지출을 할 정도로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단행 중이다.
SMIC는 실적에서도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SMIC의 시장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6%로 3위다. 2위인 삼성전자(7.7%) 바짝 뒤쫓는 중이다.
욜 그룹은 중국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지속 상승, 2030년에는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파운드리 생상능력 가운데 중국 비중은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욜 그룹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세계 파운드리 생산능력 연평균 성장률은 4.3%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