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증시 1월대비 10%↑ 투심 회복…IPO 재추진 기대
트럼프의 '입' 분수령…관세유예 여부와 시장심리 관건
한동안 주춤했던 LG전자의 인도 증시 데뷔 작업이 하반기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간 변수로 지목됐던 인도 주식시장 변동성이 잠잠해지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이 당장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지난 4월 90일간 부과됐던 관세 유예 시기가 다가오면서 미국과 인도 간의 관세 협상 결과가 LG전자의 인도 상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황 달라진 인도
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인도법인 상장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새롭게 산출해 인도 당국 측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는 절차가 개시될 거란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인도를 콕 집어 핵심 전략 지역으로 꼽고 현지 법인을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기로 했다. 애초에는 올해 4월이나 5월께 인도 주식시장 '데뷔'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데뷔일정을 소폭 미뤘다.
상장 일정 연기 배경으로는 인도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꼽혔다. 성장 잠재력 등 매력은 여전하지만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변수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해 시장이 지나치게 요동친 것이 부담이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외부 불안요인이 지나치게 컸는데 외국인 투자비중이 매우 높은 인도 증시 특성상 투자자금이 제대로 유치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됐다"며 "애초 일정대로 상장할 경우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일정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인도 법인 상장시 기업 가치를 150억 달러 가량으로 봤는데 지난해 4~5월 잠정 수요 조사에서는 이보다 10~20%가량 낮게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내부에서도 당장 급한 자금 조달보다는 시장 내 지위 확보에 무게추가 쏠리면서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인도법인을)무리하게 상장을 서두르기보다 공정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 상황, 시장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는 시점 등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외국인 투자심리 강화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6월 말 인도 니프티50 지수는 2만5578.05로 마감, 지난 1월 말 2만3163.10 대비 10.16% 뛰었다.
투자심리 회복으로 최근 진행된 기업공개(IPO) 역시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최근 인도 금융회사 HDB는 일련의 상장 절차를 마무리하고 2일(현지시각) 인도 주식시장에 데뷔한다. 공모가는 주당 740루피아 로 시장이 예측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결국 또 트럼프
하지만 체크해야 할 변수가 남아있다. 오는 9일 미국이 관세 유예를 지속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주요 교역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종료 의중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으며 일부 조정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 유예 기간 동안 국가별로 무역 협상에 나서왔기 때문에 연초 제시했던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교역국별로 별도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의 경우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17.7%로 가장 높은 데다 대미 무역 흑자 역시 지속하고 있어 이번 관세 논의에 중심에 놓여있다. 지난해 기준 인도의 대미 무역흑자는 45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관세 조정에 따른 인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LG전자의 경우 인도 현지 생산 제품 중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제품의 비중은 크지 않은 편으로 직접적인 관세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인도에 대한 관세 유예 자체보다는 이에 따른 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 여부에 따라 상장 스케줄을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인도 상장 핵심은 시장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주식시장 상장을 좀 더 미루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