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격 1080억원선 전망
페퍼저축銀과도 협상 진행
두곳 인수땐 자산 18조 넘어
저축은행 M&A 본격화 주목
자산 기준으로 저축은행업계 1위로 올라선 OK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페퍼저축은행의 인수 협상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페퍼저축은행과는 현재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을 주력으로 하는 OK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마무리 협상을 하고 있다. 최종 가격은 1080억원 수준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며 미세 조정만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은 페퍼저축은행과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현재 2000억원대 초반에서 협상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확정되면 국내 저축은행 재편 논의가 더욱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교보생명은 자산 기준 저축은행업계 2위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OK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자산이 13조6612억원으로, 자산 기준 각각 9위와 13위인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가 18조741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SBI저축은행(13조4073억원)을 큰 폭으로 앞서게 된다.
또 OK저축은행은 전국 단위 저축은행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OK저축은행은 서울·충청·호남에서만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은 경기·인천 영업권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저축은행 부실화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올 들어 규제를 완화했다. 30여 개 은행이 무너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한 뒤 대형화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인수·합병(M&A) 대상도 최근 2년간 분기별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 건전성 4등급 이하를 받거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이 11% 이하(기존에는 9% 이하)인 곳으로 범위를 넓혔다. 또 대주주 적격성 심사 면제 요건을 확대됐다. 하반기에는 추가적으로 영업 구역 규제 완화 등에 대해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OK저축은행이 해당 인수에 성공하면 규제 완화 이후 인수가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된다. 저축은행업계에선 이번 거래가 구조조정 시장의 ‘시범 케이스’로 자리 잡을 경우 후속 M&A 수요도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OK금융은 인수 이후 OK저축은행과 상상인·페퍼저축은행을 통합하지 않고 각각 독립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OK저축은행은 기존대로 서울·충청·호남권 중심으로 운영하고,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경기·인천권을 묶어 별도로 운영하는 구조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출 자산에 대한 재평가 등을 비롯해 세부 사항을 따져가며 인수 협상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면서 “2개 저축은행 모두와 마지막까지 원만한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9년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뒤 보유 지분을 10% 이하로 줄이라는 매각 명령까지 내려지며 매물로 나왔다. 앞서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아 대주주 자격 요건에 문제가 발생했다.
유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선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지난달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