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창업주 작고 이후 뿌리 깊은 ‘핏줄 경영’
3월 출범 지주사도 3세 김태훈 및 4인 가족체제
장수 중견 제약사 아주약품그룹의 핏줄 경영은 뿌리가 깊다. 올해 3월 출범한 지주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5년 전 사실상 가업을 승계한 오너 3세가 대표를 맡았지만 기존 모태기업에서 처럼 부친뿐만 아니라 조모와 삼촌 등 어른들을 이사진으로 모셔왔던 기존 4인 가족체제가 유지됐다.
모태 아주약품, 창업주 부인과 장·차남 3인 이사 체제
아주약품그룹은 고(故) 김광남 창업주가 1953년 5월 설립한 아주약품공업(2011년 2월 아주약품으로 사명 변경)으로 출발했다. 창업과 함께 국내 최초, 세계에서 2번째로 결핵치료제 ‘아시아지트’를 출시한 이래 올해로 72돌을 맞은 장수 제약사다.
창업주가 작고한 때는 1983년이다. 이후로 모체 아주약품(현 아주홀딩스)은 오랜 기간 부인 주재순(98) 회장과 3남2녀 중 장남 김중길(78) 대표가 이끄는 모자(母子)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2017년에 이르러 주 회장이 초대 명예회장, 김 대표가 회장으로 취임했다.
아주약품 이사회 또한 철저히 가족 중심으로 운영했다. 즉, 김 회장 외에도 2012년 6월까지 장남과 공동대표로도 활동했던 주 명예회장과 2002년 2월 사내이사로 합류한 첫째 남동생 김성구(73) 부회장 등 3명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또한 2018년 3월 이후로는 감사직 또한 막내 남동생 김성곤(64) 감사가 맡았다.
이어 2020년 3월 3세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김 회장이 장남에게 대표직을 물려줬다. 김태훈(43) 현 대표다. 앞서 2019년 7월 추가로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지 9개월 만으로, 당시 나이 38살 때다.
지분 승계가 이뤄진 시점도 이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비상장사인 아주약품은 2016년까지 세부적인 주주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데, 김 회장이 1대주주로서 28.21%, 주 명예회장 20.93%, 두 남동생이 각각 19.35%, 13.95%를 보유했다. 이밖에 김 회장의 두 여동생 김영애(76)씨와 김영희(70) 고문도 3.49%, 13.95%를 가졌다.
당시에는 사실상 안주인과 오너 2세들이 사실상 아주약품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가서 주주가 ‘김중길 회장 외 12명’에서 ‘김태훈 대표 외 11명’으로 바뀌었다. 김 회장의 주식 증여 등을 통해 김 대표가 1대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3세 김태훈, 지주 및 아주약품 등 4개사 대표 겸직
아주약품은 유로박솜캡슐을 비롯해 고혈압치료제, 항생제, 비뇨기용제, 소염진통제 등 전문의약품(ETC) 중심의 의약품 제조·판매 및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주력한다.
2020회계연도(3월결산․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별도기준) 1280억원에 영업이익 181억원을 벌어들여 이익률 14.1%를 찍기도 했다. 이후 수익 부진을 겪다가 2024년 매출 2190억원, 영업이익 165억원(7.5%)로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너 3세 김태훈 대표가 가업을 승계한 지 5년 만에 지배구조에 손을 댔다. 올해 3월 초 모태사 아주약품을 5개사로 쪼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아주약품그룹이 2030년 매출 1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를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홀딩스(존속법인)를 정점으로 아주약품(의약품 제조), 아주얼라이언스(의약품 판매대행·CSO), 아주헬스케어(건강기능식품 판매) 3개사를 물적분할해 신설했다. 여기에 아주메디칼(의료기기)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떼어 냈다.
반면 뿌리 깊은 가족경영 체제의 뼈대는 오롯이 유지됐다. 김태훈 대표가 아주약품에서 아주홀딩스 대표직을 그대로 승계했지만 이외 이사진 또한 모두 기존대로 조모 주 명예회장, 부친 김 회장, 첫째삼촌 김 부회장이 맡고 있는 것이다. 막내삼촌 김 감사 또한 변함없다.
다만 주력사 아주약품을 비롯해 아주메디칼, 아주헬스케어 3개사의 경우는 김 대표가 오너 일가 중 유일한 이사회 멤버이자 대표로서 경영을 직접 챙기게 된다. 아주얼라이언스는 전문경영인 이욱환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