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여전히 금융시장의 암초로 남아 있다. 정부 압박에 전체 PF 잔액은 줄었지만 연체율은 사상 처음 4%대까지 올랐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곳곳에서 구조조정이 지체되며 PF 부실을 키우고 있다.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F 연체율 4%로 급등
지난 7월 1일 금융당국은 상반기 종료 예정이던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PF 대출(토지담보대출·채무보증은 제외)은 120조1000억원, 연체율은 4.49%로 파악됐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3.42%) 대비 1.0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분기부터 PF 대출 연체율을 정기 공표한 이래 이 지표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말 3.55%, 6월 말 3.56%, 9월 말 3.51%, 12월 말 3.42% 등으로 3%대를 유지하다 올해 4%대로 오른 것이다.
특히 PF 초기 단계에서 2금융권이 주로 취급하는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은 28.05%에 달했다. 토담대는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내주는 브리지론과 유사하지만 규제 수준이 낮고 정확한 수치도 알려지지 않아 ‘숨겨진 부실’로 평가받고 있다. 경·공매 등 정리 및 신규 자금으로 해결해야 할 PF 부실여신 규모(위험노출액)는 총 21조9000억원으로 전체 위험노출액의 11.5% 수준이다. 지난해 말 대비 2조7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신규 연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권별로 상호금융 11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집계됐고 증권 3조7000억원, 저축은행 3조2000억원, 여신전문회사 2조3000억원, 은행 8000억원, 보험 7000억원 순이다.
금융권의 부실대출(고정이하여신) 비중은 12.33%(지난 3월 말)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2.0%포인트 상승했다. 업권별로 이 비율은 상호금융 등 26.6%, 저축은행 25.6%, 증권사 16.7% 등이다.다만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말까지 사업성평가 결과 유의·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PF 사업장 중 9조1000억원가량이 정리·재구조화됐고 올해 상반기 안에 3조5000억원을 추가 구조조정해 전체 부실 PF 사업장의 52.7%(12조6000억원)에 대한 정리·재구조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기준 PF 대출과 토담대, 채무보증 등 PF 위험노출액은 19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와 비교해 11조5000억원 감소했다. 신규로 취급하는 PF 규모에 비해 사업 완료와 정리·재구조화로 줄어드는 위험노출액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당국은 부연했다.
금융위원회는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전년 동기 대비 대출 잔액 감소폭(1조4000억원→7조9000억원) 확대가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신용등급 우수수,
악성 매물 여러 차례 유찰도
저축은행별로 부실 정리 속도는 편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타 업권에 비해 브리지론 중심의 위험노출액 비중이 높다는 점은 우려 요소다.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지방 사업장 브리지론 등 악성 PF 매물이 여전히 남아 있다.
OK저축은행의 경우 대주단으로 참여한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한 브리지론이 올초 1300억원 규모의 감정평가를 받은 뒤 13회의 유찰이 일어났다. 1800억원의 감정평가를 받는 경기 남양주시 한 PF 브리지론 사업장은 무려 27회 유찰됐다.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2.5%에서 매년 오름세를 이어가 2025년 3월 말 9.0%까지 치솟았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연체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도 100% 미만으로 하락한 상태다.
신용등급 하락이 줄을 잇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고려저축은행(A-→BBB+), 예가람저축은행(BBB+→BBB), 다올저축은행(BBB+→BBB) 등의 장기 신용등급을 모두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수위도 점차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 ‘경영개선 요구’ 조치를 내렸다. 해당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1.3%였다. 업계 평균(9.0%)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선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저축은행권은 상반기에만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를 정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여기에 정부의 5차 PF 정상화 펀드가 추가로 조성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SB NPL대부’도 최근 영업을 개시하면서 부실 자산 정리 및 건전성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리 더딘 새마을금고
올해 1분기 상호금융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 비중은 7.2%로 파악됐다(금융감독원·한국은행).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의 PF 부실여신 규모는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PF 부실여신 절반(52%)을 넘었다.상호금융 부실 PF의 절반가량이 새마을금고와 관련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에서 5조원 이상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농협과 수협, 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이 금융당국 주도로 감독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금고별로 각각 독립된 법인인 데다 선거로 선출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역할 역시 제한적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 업무의 지도·감독 등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으로 행안부가 주무 감독기관이다.
정리도 쉽지 않다. 연수새마을금고가 대주단으로 참여한 경북 포항시 소재 사업장은 51회, 태종대새마을금고가 참여한 울산광역시 소재 사업은 42회 유찰됐다. 저축은행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은 셈이다.
다만 새마을금고자산관리회사(MG AMCO)의 출범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추심과 매각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회사를 통해 PF 정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돋보기
PF 사태는 왜 발생했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는 고금리와 경기둔화, 레버리지에 의존한 개발 사업 구조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터져나왔다. 직접적인 기점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였지만 그 이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취약성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PF는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조달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을 받는 구조다. 통상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현금 흐름이 없고 담보는 미완성 부동산에 국한되는 고위험 금융이다.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 중심의 비주택 PF는 분양률에 따라 수익성이 급변하고 회수가 어려운 자산이 많아 잠재 리스크가 크다.
여기에 2022년 미국발 긴축과 금리 급등이 겹치며 자금조달이 막혔고 분양시장도 급속히 냉각됐다. 레고랜드발 기업어음(CP) 시장 경색은 PF 시행사들의 유동성을 결정적으로 막아섰고 부동산신탁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 전반으로 부실이 번지기 시작했다.
PF 관련 연체율은 2023년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일부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은 연체율 20~30%에 이르며 뱅크런 조짐까지 나타났다. 정부는 PF 정상화 플랫폼 가동, 자산매각 유도, 충당금 확충, 정책금융 지원 등을 통해 부실 구조조정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