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코로나19 시기 프리미엄 버거 열풍
쉐이크쉑·파이브가이즈외 대부분 철수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는 호황

 

한 때 국내 버거 시장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됐던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국내에 상륙했지만 줄줄이 문을 닫거나 매각이 논의되는 중이다. 반면 '원조 버거집'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은 위기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쉽게 봤나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있던 시기, 소비심리는 '프리미엄' 외식으로 쏠렸다. 오마카세를 필두로 우마카세(한우를 코스로 내놓는 요리), 파인다이닝 등이 외식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 '서민음식' 햄버거도 마찬가지였다. 

 

일찌감치 국내에 상륙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연 '쉐이크쉑', 토종 브랜드인 '다운타우너' 등 1세대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주요 기업들은 2022년부터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유치전에 나섰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건 '고든 램지 버거'였다. 가장 비싼 메뉴 가격이 14만원을 넘을 정도의 초고가였음에도 오픈런이 이어졌다. 

쉐이크쉑 강남대로점(왼쪽부터), 파이브가이즈 강남역점, 슈퍼두퍼 강남점
쉐이크쉑 강남대로점(왼쪽부터), 파이브가이즈 강남역점, 슈퍼두퍼 강남점

같은 해 5월 '오바마 버거'로 유명한 '굿스터프이터리'가 국내에 상륙했고 11월엔 미국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버거 브랜드인 '슈퍼두퍼'도 길 건너에 자리를 잡았다. 이듬해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던 '파이브가이즈'가 문을 열었다. 사실상 인앤아웃을 제외한 유명 브랜드들이 전부 상륙한 셈이다.

 

3년 여가 지난 지금의 성과는 어떨까. 원조 프리미엄 버거인 쉐이크쉑을 제외하면 표정이 좋지 않다. 굿스터프이터리는 채 반 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슈퍼두퍼 역시 만 2년을 간신히 채운 뒤 철수했다. 2년 만에 8호점까지 내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파이브가이즈도 최근 매각설에 휘말렸다. 

 

원조 버거 맛집은 우리

 

반면 정체에 빠졌던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들은 최근 들어 잇따라 히트 제품을 내놓으며 부활하고 있다. 롯데리아가 대표적이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150억원, 258억원의 적자를 냈던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을 올리며 반등했다. 엔제리너스와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롯데GRS의 다른 사업들이 여전히 부진한 것을 감안하면 호실적의 원동력은 '롯데리아'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왕돈까스버거', '전주비빔라이스',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등 경쟁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차별화된 버거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성공을 거뒀다. 올해에도 '크랩 얼라이브 버거',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맛피아와 손잡고 내놓은 '나폴리 맛피아 모짜렐라' 등이 품귀 사태를 빚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리아, 맘스터치, KFC, 버거킹 매장
롯데리아, 맘스터치, KFC, 버거킹 매장

맥도날드 역시 지역 특산물과 결합한 '한국의 맛'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인기를 얻었다. 맛은 물론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강조한 게 최근 소비 트렌드인 '착한 소비'와 맞물리며 맥도날드의 베스트셀러 메뉴로 자리잡았다. 이에 힘입어 한국맥도날드는 매출이 2023년 1조1181억원에서 지난해 1조2502억원으로 11.8%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3억원 적자에서 117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맘스터치도 흑백요리사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와 함께 출시한 '에드워드 리 버거'가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했다. 

 

"버거 하나 2만원은 좀"

 

외식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의 희비가 엇갈린 데는 엔데믹 이후 찾아온 불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 탓에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렸던 소비를 줄이면서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가성비가 높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랜차이즈 버거가 부활하는 것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같은 '수제버거'를 표방하지만 객단가가 1만원 이하인 '프랭크버거'나 '버거리' 등의 중저가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최근까지도 점포를 확장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비슷한 콘셉트로 일관한 것도 프리미엄 버거의 침체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슷비슷한 프리미엄 버거에 질린 소비자들이 다시 쉐이크쉑으로 돌아가거나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는 프랜차이즈 버거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파이브가이즈를 상징하는 무료 땅콩.
파이브가이즈를 상징하는 무료 땅콩.

슈퍼두퍼나 굿스터프이터리, 고든램지버거 등 흥행에 실패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특색있는 메뉴를 내세우기보다는 신선하고 두툼한 패티, 부드러운 번 등 원재료의 퀄리티에 집중한 마케팅에 나섰다. 반면 쉐이크쉑 이후 국내에 안착한 유일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땅콩기름'이라는 확실한 맛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다. "쉑쉑 말고 파이브가이즈"여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버거 트렌드가 당분간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이슈가 됐지만 국내 외식 시장에서 객단가 2만원 안팎의 버거 브랜드가 여럿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확고한 네임밸류를 보유한 인앤아웃 정도의 브랜드가 아니라면 현재 시장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이라며 "현재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가 40 매장인데, 어느 정도 완숙기에 들어선 같다" 말했다.

원문기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