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관세율은 같지만…자동차·농산물 대응은 달라
대미 투자 규모는 일본 > 한국…경제규모 비해선 '글쎄'
'시장 완전 개방' 주장한 트럼프, 한일 정부는 선 긋기
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이 각각 맺은 관세 협상의 틀은 유사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자동차와 농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처리 방식, 투자 조건의 공개 여부, 정치적 부담 분산 방식 등에서 한일 간 전략이 달랐다는 평가다.
31일 한국과 미국은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한국의 전략 투자와 에너지 수입 확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직후 "한국이 3500억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관세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도 동일하게 조정됐다"고 구두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협상 문건에서 자동차·부품에 대한 15% 관세 적용을 명시했다. 쌀을 포함한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전면적으로 응했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8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와, 최소수입물량(MMA) 77만t 가운데 미국산 비중을 대폭 늘리는 안을 수용했다. 여기에 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 투자도 패키지로 담겼다.
한미·미일 모두 고율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규모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일본이 약속한 투자 규모는 5500억달러, 한국은 3500억달러다. 일본의 경제총생산(GDP·4조2000억달러)가 우리나라 GDP(1조7000억달러)의 2.5배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대통령실은 "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미국 측은 '쌀 시장 완전 개방'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는 기존 수입 물량은 유지하고 미국산 쌀 비중만 확대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차이는 발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협상 세부 조건을 명문화하고 투자·구매 항목까지 모두 공개했다. 반면 한국은 품목별 구체적 내용보다는 '상호관세율 15%'라는 틀과 투자 총액 중심으로 발표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향후 조정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있다.
일본 정부는 한미 협상 결과에 즉각 반응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합의를 높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으며, 미일 합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분석해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 측에 관세 인하 발효를 위한 대통령령 등 후속 조치를 예정대로 8월 1일까지 시행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