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진라면’ 등
북미 가격 인상 불가피
해외에서 잘나가던 국내 식품업계가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대대적 전략수정’에 돌입했다.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가 15%로 확정된 만큼 미국 수출 제품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서다.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생산기지가 없는 삼양식품은 미국 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높아진 관세 부담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대형 유통사와 협의해 구체적 인상 폭을 조율하게 된다.
삼양식품은 ‘붉닭볶음면’ 등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아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미국 법인과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전체 매출 1조7280억원 중 해외 매출은 77.3%를 차지한다. 미국 법인 매출만 2억8000만달러(약 3868억원)로 28%에 달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요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타결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진라면을 수출하는 오뚜기도 대응 방안 마련으로 부심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추후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직접 거래하는 현지 유통사나 에이전트를 통해 납품하는 거래처가 다양하게 있다보니 그들과도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 방향을 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가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한 대상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해 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대상은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 종가집 김치 생산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현지 식품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해 북미 생산기반을 강화한 바 있다.
하지만 종가 김치 절반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관세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국내 원가 절감과 북미 물류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비용 부담이 가중된 만큼 국내 원가 절감과 유통망 개선에 힘쓸 것”이라며 “LA 현지 생산라인 증설을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해 대부분 물량을 소화하는 업체들은 이번 여파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북미 전용 생산공장을 구축한 농심이나 현지 공장 20곳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는 CJ제일제당 등이 대표적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지 공장에서 라면 전량 생산을 소화하고 있다”며 “스낵 등 일부 품목만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지만 그 비율이 미미해 관세 인상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