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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승계형 32명·하이브리드형 31명·학업형 9명·도전형 8명
외부 경력 쌓는 하이브리드형 대세
경영수업도 아버지와 다르다

전통 승계형 후계자와 하이브리드형 후계자.
전통 승계형 후계자와 하이브리드형 후계자.

 

국내 100대 그룹 창업주의 손자·손녀 80명의 커리어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절반가량이 전통적인 경영승계 코스를 벗어나 외부 경력과 전문성을 앞세운 하이브리드형 경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시기가 되면 가문이라는 배경만으로 리더십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실적과 경영 능력, 시장의 신뢰가 후계자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주요 그룹 3·4세 다수는 외부에서 경력을 쌓은 뒤 그룹 내 전략 부서나 신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혈통보다 실력, 내부보다 시장 경험이 리더십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은 실적과 전문성으로 입지를 다지는 ‘실무형 경영자’로 진화 중이다.

 

‘입사→승계’ 공식은 없다…하이브리드형 뜬다

 

과거 후계자의 길은 단순했다. 국내 대학 졸업 후 그룹 기획실 입사, 계열사 CEO 그리고 회장 승계. 하지만 3·4세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글로벌 경쟁, 디지털전환, ESG, 지배구조 투명성 등 기업 경영의 판이 근본부터 달라졌다.

 

이제 단순히 ‘누구의 자식인가’보다 ‘무엇을 해봤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제 후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외부 경험을 통한 실전 감각과 내부 경영에서의 실적이다. 전통적 승계형(32명)과 하이브리드형(31명)의 비율이 거의 같아진 건 우연이 아니다. 특히 하이브리드형은 최근 5년간 빠르게 증가하며 새로운 커리어 경로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은 일본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부친과 동일하게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하며 미국 아이비 리그 컬럼비아대 MBA를 거쳐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구동휘 LS MnM 대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신상열 농심 전무, 이우일 유니드 대표도 해외 유학 후 신사업, 전략기획, ESG, 미래성장본부 등에서 성과를 축적하며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들조차 외부 경험과 내부 전문성을 병행하는 길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100대 그룹 후계자 80명의 커리어 경로
100대 그룹 후계자 80명의 커리어 경로

유학은 기본, 글로벌 경력은 필수

 

해외 명문대 유학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 유학은 글로벌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적 경로이자 리더십의 초석으로 자리 잡았다.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코넬대, 스탠퍼드대는 재계 후계자들이 집중적으로 선택하는 코스다. 대학별로 보면 80명 중 컬럼비아대(12명), 코넬대(7명), 스탠퍼드대(5명) 순으로 동문을 많이 배출했다.

 

롯데 신유열 부사장, CJ 이선호 경영리더, 삼양식품 전병우 전략총괄 등이 대표적인 컬럼비아대 출신 경영인이다. 컬럼비아대 MBA 동문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인맥망으로 유명해 타 대학 학사를 거쳐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코넬대는 코오롱 이규호 부회장, 아모레퍼시픽 서호정 씨,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 정해찬 씨 등이 거쳐 간 곳이다. 코넬대는 미국 전역과 글로벌 산업계에 걸친 탄탄한 동문 연결망이 있어 창업·취업·연구 협력 등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탠퍼드대는 디지털전환·스타트업·벤처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GS리테일 허서홍 대표, BGF 홍정국 부회장 등의 선택을 받았다.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 중심에 위치해 창업, AI, 벤처투자 등 미래 산업 트렌드를 현장에서 접할 수 있고 MBA와 공과대학의 명성이 높아 디지털전환과 신사업 준비에 최적이라는 평가다. 졸업생 대부분이 글로벌 빅테크 리더로 성장해 강력한 창업·투자 네트워크도 강점이다.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학력 과시가 아니라 네트워크와 경영 감각을 현장에서 익힌다는 데 있다. 창업·투자·글로벌 파트너십을 연결하는 관계 자산이자 스스로를 ‘브랜드화’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글로벌 컨설팅사·금융사는 ‘후계자 사관학교’

하버드대 졸업장만으로는 부족하다. 후계자들이 대학 다음으로 택한 선택지는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와 투자은행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 베인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글로벌 투자사는 후계자들이 문제 해결력, 시장 분석 능력,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익히는 수련장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은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현재 SK바이오팜에서 신약개발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그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에 신설된 성장지원 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BCG 경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BGF 홍정국 부회장도 BCG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경영전략에 깊이 관여해왔다.

 

금융권 경력도 확산 중이다. 두산 박상수 수석은 한국투자증권, 신세계 3세 정해찬 씨는 록펠러 캐피털 매니지먼트 인턴, 교보생명 신중하 상무는 크레디트스위스 근무 경력이 있다.최근에는 그룹 입사 이후 퇴사해 외부 경력을 쌓거나 입사 자체를 미루는 사례도 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장남 최인근 씨와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장남 최성근 씨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각각 SK E&S와 SK이노베이션 퇴사 후 커리어 재설계에 들어갔다. 인근 씨는 맥킨지 입사, 성근 씨는 하버드대 MBA 진학을 준비 중이다.

 

HD현대 3세 정예선 씨는 KB증권 ESG 리서치팀을 떠난 뒤 차기 진로를 탐색 중이다. 업계에선 예선 씨가 그룹에 합류해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의 경로는 단순한 커리어 선택이 아니다. ‘아버지 회사’라는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나 외부에서 실력을 입증하는 전략적 행보다. 내부 구성원에게 리더로 인정받기 위해선 외부 검증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가문이 아닌 경력으로 입증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실제 글로벌 컨설팅사와 금융사에서 쌓은 경험은 문제 해결력, 전략 기획 역량, 데이터 분석 능력 등 핵심 경영 스킬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외부 조직에서 성과로 평가받고, 내부에서 검증된 인재로 인정받는다.

 

기업 내부에서도 후계자 승계 전 검증은 필수다. 실적 기반 의사결정, 전략적 안목, 데이터 활용 능력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과거에도 정통성과 실행력을 겸비한 후계자가 있었지만, 차세대 후계자들은 하이브리드형 경로를 통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4 후계자는 실무 경험과 위기 대응 능력, 전략적 감각을 갖춘실무형 경영자여야 한다, “외부에서 역량을 입증하고 내부에서 성과를 내야만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있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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